산업 대기업

대우조선 해법은...분할매각 vs 다운사이징 통한 정상화

권준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15 16:56

수정 2022.08.15 17:28

대우조선 운명은...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이신형 대한조선학회 회장
이신형 대한조선학회 회장

우종훈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우종훈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한순흥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한순흥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박종식 노동연구원 박사
박종식 노동연구원 박사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
[파이낸셜뉴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 종료된지 3주가 지난 가운데 향후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이 어떻게 펼쳐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전문가 5명과 전직 대우조선해양 임원 1명(30년 이상 근무, A씨) 등 총 6명에게 현재 대우조선해양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와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해법을 놓고서는 의견이 갈렸다. 우선 현재 인수 의지를 밝힌 업체가 없어 '통매각'은 사실상 어려운 만큼 분할매각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하나는 구조적인 문제를 들어 대우조선 노조가 분할 매각을 반대하고 있어 현실성이 없는 만큼 다운사이징(회사규모 축소) 등 구조조정을 통해 자체 정상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정상화 필요성 공감, 해법은 갈려
전문가들은 먼저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대부분은 대우조선해양이 세계적인 수준의 조선사인 만큼 해당 규모의 회사를 다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신형 대한조선학회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이 없어지면 좋아할 곳은 외국 경쟁사들”이라며 “인프라를 다시 갖추려면 수십년은 걸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진단한 대우조선해양의 가장 큰 문제는 ‘오너 부재’로 꼽혔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KDB산업은행의 관리를 받고 있어 실질적인 오너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계획보다는 당장 눈 앞에 있는 실적만 개선하기 바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분할매각, 다운사이징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한순흥 카이스트 교수(기계공학과)는 “상황을 너무 오래 끌었고 (상황이) 나빠졌기 때문에 분할매각이 유일한 대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우조선 노조인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최근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대우조선 매각은 주요 이해 당사자인 노조와 협의해 추진해야 한다"며 "대우조선은 근본적으로 특수선과 상선을 쪼개어 팔 수 없는 내부구조로 돼 있다"며 반대했다.

‘무조건 팔자’는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내년부터 선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며 “올해가 고비이긴 하지만 (대우조선을) 무작정 팔아버렸을 때 나머지 두 조선사가 물량을 못 받으면 조선산업 전체에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종훈 서울대 교수(조선해양공학과)는 "매각이 최선이지만 안될 경우 생산시설 규모를 줄이는 다운사이징 등 구조조정을 한다면 정상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박종식 노동연구원 박사는 “현재 대우조선의 인력유출이 심각한데 이대로 가다가는 미래 트렌드를 놓칠 가능성이 커진다"며 "(정상화 이후) 중장기적인 인력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산은 외부컨설팅 부정적 입장
산업은행이 준비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외부 컨설팅 리포트’에 대해서는 전문가 대부분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교수는 “외부 컨설팅이라는 게 사실 내부 목소리를 담아서 공식화하는 것밖에 안된다”며 “결국 회사 돈 들여서 회사 이야기를 써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임원 출신 A씨도 “과거 조선사들이 풍력사업 진출을 놓고 받았던 외부 컨설팅에서 ‘사업을 하라’는 의견을 받았는데, 나중에 상황이 여의치 않아 철수할 생각으로 다시 의뢰하자 ‘철수하라’는 답변를 내놨다”면서 “이번에 산업은행이 발표한다고 하는 외부 컨설팅도 기대 안된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전문가는 “컨설팅은 주로 단기간에 들어와서 솔루션을 내는 방식인데, 이렇게 되면 고질적인 병폐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A씨는 “개인적으로 박 사장을 잘 안다”고 했다. 그는 “박 사장은 차분하고 동료들에게 신임이 두텁다”면서도 “사람 자체가 나쁘다기 보다는 현재 자리에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다. 지금 필요한 건 강력한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파업을 너무 많이 하는 노조도 문제”라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핵심 인력들이 모두 떠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8일 현대중공업이 군산조선소 재개를 위해 사내협력사 12곳을 선정, 300명을 고용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이후 대우조선해양 내부적으로는 이직과 관련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 교수는 “줄어드는 인력을 보강하기 위해 해외에서 추가적으로 보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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