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 4680 배터리 양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한 발 앞서 4680 배터리 대량 생산에 성공하며 관련 시장을 주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2·4분기 실적발표를 하면서 4680 배터리 양산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지름 46㎜, 길이 80㎜를 뜻하는 4680 배터리는 기존 원통형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는 5배, 출력은 6배 각각 높이고 주행거리를 16% 늘린 것이 특징이다. 셀 디자인부터 공정, 패키징 방식을 바꾸면 비용을 최대 56%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테슬라는 건식 전극 공정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건식 전극 공정은 배터리 전극에 도전재를 코팅할 때 액체가 아닌 고체 상태로 덧씌우는 것으로, 이론상 기존 습식 공정 대비 건조시간 등이 단축돼 생산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다만 현재 기술 수준에서 배터리 에너지 밀도, 출력, 수율 등이 기대만큼 안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테슬라는 올해 3·4분기부터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 4680 배터리 생산을 시작해 올해 말부터 본격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으나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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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4680 계획이 지지부진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테슬라가 4680 배터리 자체 생산에 속도가 안 날 경우 국내 업체들에 4680 배터리 공급을 요청하는 물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 중에서는 원통형 배터리의 강자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4680 배터리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7300억원을 투자해 충북 청주 오창공장의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을 신·증설하기로 했다. 이 공장에서는 내년 하반기부터 테슬라에 공급할 4680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다.
삼성SDI도 원형 배터리 수요 증가에 대응해 말레이시아 스름반에 1조7000억원을 들여 배터리 2공장을 짓기로 했다. 또 충남 천안공장에 46파이(지름 46㎜) 배터리 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며 복수의 완성차 업체들과 46파이 배터리 공급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의 4680 배터리 양산 일정이 늦어진다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테슬라가 원래 배터리를 만들던 회사가 아닌데 단시간에 배터리 출력, 밀도, 수율 등을 자신들의 목표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박준서 연구원은 "4680 파일럿 라인의 양산 효율성이 검증된다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원통형 신규 생산 부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4680 원통형 배터리 양산 파일럿 장비 납품 업체는 지속적인 락인(Lock-in·묶어두기)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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