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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곰곰이 생각해보자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18 18:57

수정 2022.08.18 19:02

[서초포럼] 곰곰이 생각해보자
당신은 인간성의 양극단만을 알고 있을 뿐, 중용이란 걸 몰라. 자네가 번쩍번쩍한 옷과 향수에 묻혀 살던 호시절엔, 사람들은 자네의 방만한 짓을 비웃었었지. 이제 빈털터리가 되고 나니 그 전과는 정반대로 아무도 자네에게 눈길을 주지 않아. 자네는 누구에게나 외면당하고 있는 거지 뭐야.

셰익스피어가 동시대 작가 토머스 미들턴과 공동으로 쓴 '아테네의 타이먼'에서 아테네의 귀족 타이먼은 어렵다고 찾아오는 친구들의 빚도 무조건 갚아주고, 수시로 잔치를 열어 돈을 물 쓰듯 낭비한다. 아테네인들은 이러한 그에게 극도로 아첨하며 칭송한다.

하지만 타이먼의 곳간이 바닥나는 순간, 그동안 혜택을 누리던 아테네인들의 추한 실상이 드러난다.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타이먼이 도움을 청하자 타이먼의 "친구"로 행세하던 그들이 하나같이 등을 돌리고 마는 것이다. 타이먼은 이러한 아테네인들을 저주하며 산으로 칩거해버린다.

삐딱한 시각으로 사태를 바라보는 철학자 애페맨터스는 타이먼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악담을 퍼붓고 있다.
그의 말처럼 타이먼은 중용의 묘를 알지 못한다. 타이먼은 금(gold)을 이용하여 친구를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하였다. 그에게서 금이 사라지자 친구들도 사라진다. 그는 아테네인들의 배금주의 현상은 비판하면서, 자신도 배금주의에 물들어 있음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주위의 충고에 귀를 닫은 그의 경직된 시각은 애페맨터스의 신랄한 비판에도 전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거나 깨달을 자세가 되어있지 못하다.

인터넷 뉴스를 보면 온통 돈 이야기다. 강남의 어느 아파트 가격이 얼마다. 어느 탤런트가 수십억짜리 빌딩을 구입하였는데, 엄청난 시세차익을 챙겼다. 어느 운동선수가 거액의 빌라를 구입하였는데, 이렇게 넓고 호화스럽다. 배우의 영화 출연료, 프로 운동선수의 연봉, 유명 배우의 광고료 등에 대해 보통 사람들로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 얘기가 당연한 듯 회자되어, 보통 사람들을 좌절하게 만든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배금주의에 물들어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오죽하면 "부자 되세요!"가 새해 인사말로 통용되기까지 한 사회다.

돈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돈만을 아는 배금주의에 물든 사회가 어떠할지 우리는 늘 경계하자고 하면서도 이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게 현실이다. 보통 사람의 자세로, 돈을 멀리하지는 않는, 이상과는 거리가 먼 현실을 수용하며 살아가되, 자기만족에 몰두하는 이기주의에 매몰되지 말고 타인의 아픔과 슬픔도 같이하고 배려하는 "가치(價値)"를 추구하는 삶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얘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테네를 빌려 셰익스피어는 17세기 초 영국 사회의 극단적 배금주의가 사회의 공동체적 정신을 무너뜨리는 모습을 그렸다. 셰익스피어가 보여주는 세계가 시대와 역사 그리고 장소를 초월한 모든 인간 사회의 병폐임을 우리는 본다.
물신숭배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 남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사회를 꿈꿀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나는 어떤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변창구 경희사이버대 총장
box5097@fnnews.com 김충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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