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외환당국의 정책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을 잇따라 넘으면서 당국의 구두개입과 달러 거래를 통한 직접개입 효과도 무색한 상황이다. 글로벌 통화긴축이라는 대외적인 변수에 정책 당국의 환율 안정 정책에는 한계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정부 잇단 구두개입에도 '환율 급등'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연일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날 달러당 1350원을 돌파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서 연고점을 경신한 이후 또 다시 다음 연고점이 언제일지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실제 올해 외환당국의 공식적인 구두개입만 네 차례였다.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이 1346원을 넘으면서 윤석열 대통령까지 환율 안정을 언급했다. 이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구두개입 발언을 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시장 안정을 강조했다. 하지만 4거래일이 지난 29일 원·달러 환율은 다시 1350원을 돌파했다.
이날 역시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간접적인 구두개입 발언을 내놨지만 원·달러 환율은 1350원대로 마감했다. 이 원장의 시장안정 당부 발언도 나왔지만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30일 역시 전거래일(1350.4원)보다 3.7원 내리는 데 그친 1346.7원에 마감하면서 다음 연고점을 기약하는 모양새다.
달러 매도 늘렸지만 역부족 '통제불능'
외환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이 이미 외환당국의 통제 수준을 벗어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의 통화긴축과 유로존 에너지 위기, 중국 경기 침체,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악재가 겹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 1500원도 바라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직접적인 외환당국의 개입도 역부족인 상태다. 외환당국은 달러가 강세일 경우 달러를 매도하고 약세일 경우 매입하면서 직접적인 개입에 나서는데 올해 6월말 기준 외환당국이 매도한 달러는 1·4분기에만 83억1100만달러에 달한다. 전분기인 지난해 4·4분기에는 68억8500만달러를 매도했고 같은해 3·4분기에도 71억4200만달러를 매도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그 규모를 더 확대했다. 환율이 안정적이었던 지난해 2·4분기의 경우 외환당국의 달러 거래는 없었고 같은 해 1·4분기 역시 1억300만 달러를 매도하는 데 그쳤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당국의 구두개입에도 불구하고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은 미 긴축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며 "미국이 고강도 긴축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달러인덱스의 58%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유로화가 큰 폭 하락하면서 원화 가치 하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급기야 한국은행도 진화에 나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잭슨홀 미팅 이후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지난 8월 기준금리 결정 시 밝혔던 향후 통화정책 운용 방향에도 변함이 없다"며 "다만 당분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정책금리를 결정할 때 마다 글로벌 금융·외환 시장이 이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큰 만큼 한국은행은 앞으로도 미 연준의 정책금리 결정과 이에 따른 국내외 영향을 계속 면밀히 모니터링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잭슨홀 미팅에서의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 여파 영향은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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