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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기 마른 화수분 야구…'마지막 왕조' 두산, 쓸쓸한 추락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04 17:44

수정 2022.09.04 17:44

김태형호 최근 10경기서 2승 8패
8년 5개월만에 9위로 급전직하
3할 타자도 안승한 단 한명뿐
두산 7년 연속 KS행 '역대 최장'
명성 되찾으려면 리빌딩 나서야
물기 마른 화수분 야구…'마지막 왕조' 두산, 쓸쓸한 추락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경기 지켜보는 두산 김태형 감독의 쓸쓸한 뒷 모습 연합뉴스
경기 지켜보는 두산 김태형 감독의 쓸쓸한 뒷 모습 연합뉴스
두산은 최근 10경기서 2승 8패를 기록했다. 급기야 3일 삼성과의 홈경기서 1-4로 패해 9위로 내려앉았다. 두산의 하락은 백정현(삼성)의 승리에 가려졌다. 이날 백정현은 13연패의 사슬에서 벗어나 시즌 첫 승을 거두었다.

지난해 10월 23일 KT전 이후 315일 만에 맛본 승리였다. 초점이 백정현에게 쏠려 있는 사이 두산은 조용히 9위로 물러났다.
두산이 9위로 처진 것은 2014년 4월 5일 이후 8년 5개월 만이다.

두산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팀이다. 역대 최장 기록이다. 그 사이 두산은 왕조라는 거창한 영예를 얻었다. 초창기 해태에 이어 SK-삼성으로 이어진 왕조 시대의 현재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런 두산이 왜 이렇게 됐을까. 두산 김태형 감독은 3일 삼성전 오더를 쓰면서 손이 떨렸을 것이다. 9명의 타자 이름을 적어 넣었다. 그 가운데 3할 타자는 안승한(0.321) 한 명 뿐이었다. 그나마 28타수 9안타니 유의미한 통계 치로 잡기 힘들었다.

1번 허경민이 전날까지 3할을 쳤으나 4타수 무안타로 0.298로 내려 왔다. 2번 강승호 0.239, 3번 양석환 0.253, 4번 김재환 0.232, 5번 페르난데스 0.298. 그나마 하위 타순으로 가면 더 참담했다.

6번 김재호 0.217, 7번 안승한, 8번 김인태 0.266, 9번 정수빈 0.213. '아, 옛날이여'가 저절로 입에서 나왔다. 김현수(LG), 양의지(NC), 오재일(삼성), 최주환(SSG), 박건우(NC) 등등. 한 때 빈틈없이 꽉 찬 압박감을 주었던 두산 오더는 상대팀 투수들에게 공포로 불렸다.

백정현이 이날따라 잘 던졌지만 현재의 두산 타순으론 어느 투수를 만나더라도 시원스럽게 터져줄 것 같지 않았다. 두산 타자들이 배트를 만지작거리는 사이 삼성은 외국인 타자 피렐라의 2점 홈런 등으로 앞서 나갔다.

두산은 김태형 감독 체제로 세 차례 우승했다. 2015년 팀을 맡자마자 팀에 통산 네 번째 우승을 안겨준 김태형 감독은 2016년과 2019년 각각 정상을 정복했다. 부진한 것이 준우승이었다.

그러니 두산 왕조에는 해가지지 않는다는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올해는 심각한 내리막길이다. 이전에 딱 한 번 경험했던 급전직하다. 1996년 OB(당시) 베어스 시절이었다.

1995년 김인식 호를 출범시킨 베어스는 그해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듬해 충격적인 최하위에 머물렀다. 전년도 우승팀이 꼴찌로 추락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1983년 첫 우승을 차지한 해태(현 KIA)는 이듬 해 5위에 그쳤다. 다행히 아래에 6위 삼미가 있어 최하위를 면했다. 당시엔 6팀 체제였다. 2004년 우승을 차지했던 현대는 이듬해 8개 팀 중 7위에 머물렀다. 또 2015년 종합 승률 1위였던 삼성은 이듬해 9위로 추락한 적 있었다. 두산야구는 한 때 화수분으로 불렸다. 좋은 선수들이 팀을 떠나갔지만 그 때마다 틈새를 메워주는 훌륭한 대역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화수분의 물기는 어느새 메말라 가고 있다.

3할 타자 한 명 없는 타순으론 이길 수 없다.
두산이 왕조의 명성을 되찾으려면 화수분 대신 리빌딩의 고단한 과정으로 거쳐야 할지 모르겠다.

texan50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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