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fn스트리트

[fn스트리트] 옌볜조선족자치주 70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05 18:37

수정 2022.09.05 18:37

중국 지린성 옌변 조선족자치주 룽정 마을의 윤동주 생가 입구에 있는 표석 문구.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용정 마을에 있는 윤동주의 생가 입구 표석에 '중국조선족애국시인'이라고 적혀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기 나라를 사랑한다는 뜻이 애국(愛國)인데 표석에 중국을 사랑한 조선족 시인이라고 적었기 때문이다. 뉴스1
중국 지린성 옌변 조선족자치주 룽정 마을의 윤동주 생가 입구에 있는 표석 문구.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용정 마을에 있는 윤동주의 생가 입구 표석에 '중국조선족애국시인'이라고 적혀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기 나라를 사랑한다는 뜻이 애국(愛國)인데 표석에 중국을 사랑한 조선족 시인이라고 적었기 때문이다. 뉴스1
1992년 한중 수교 직후 중국 지린성과 헤이룽장성, 랴오닝성 등 이른바 동북 3성을 취재했다. 당시 중국은 적성국가였기 때문에 비자 받기도 어렵고, 별도 특수교육까지 수료해야 했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옌지는 30년 전 그때도 조선족의 서울이었다. 우리말과 우리글로 생활이 불편하지 않은 선양과 하얼빈도 외국이 아니라 한국 속 이색지대처럼 느껴졌다.

조선족의 정의는 한반도 출신 중국인이다.

한반도 출신 러시아인을 고려인이라고 부르는 이치다. 지린성 내 자치주인 조선족자치주는 중국, 러시아, 북한의 교차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경상도와 전라남도를 합친 것보다 크다. 조선족의 기원을 고조선, 고구려, 발해의 후손으로 보기도 하지만 유감스럽게 한반도 안으로 쪼그라들었다.

19세기 이후 기근과 수탈을 피해 이주한 사람들이다. 평안·함경도 출신은 지린성에 주로 터전을 잡았기에 이북 사투리가 '연변 말'이 됐다. 이후 경상·전라도 등에서 온 이들은 더 북쪽 헤이룽장성 등지로 옮겨갔다. 이 지역 조선족의 경상도와 전라도 말투가 신기했다.

지난 3일은 옌볜조선족자치주 설립 70주년이었다. 조선족은 중국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고유 언어와 문화를 가장 잘 지켜왔고, 문맹률도 가장 낮고, 대학 진학률은 제일 높다는 자부심을 가졌다. 그러나 중국 내 조선족 170만명 가운데 조선족자치주 조선족은 59만여명으로 비중이 30%가량에 불과하다. 70년 만에 거주인구가 반토막 나면서 자치주의 존속마저 위협받는 실정이다.

조선족 비중이 준 가장 큰 원인은 한국으로의 이주다. 이제 조선족의 최대 거주지는 조선족자치주가 아닌 대한민국이다.
70만명이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등 한국 이곳저곳에 흩어져 살고 있다. 인구 감소와 함께 중국의 국가통합과 중화 민족주의에 의해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다.
중국에서는 조선족으로, 한국에서는 '우리말 쓰는 중국인'으로 안팎 곱사등이 신세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