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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의 역습③]투자는 무섭고 놀리자니 아깝고…1000만원으론 뭐하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11 06:04

수정 2022.09.11 06:10

대형은행 PB들이 추천한 소액투자상품 /그래픽=정기현 기자
대형은행 PB들이 추천한 소액투자상품 /그래픽=정기현 기자
고물가·고금리 시대에도 아끼고 아껴 만든 몇백만, 몇천만 원 수준의 목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고민인 사람들이 많다. 은행마다 앞다퉈 일반 고객들을 위한 자산관리(WM)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은 고액 자산가를 위한 서비스로 비칠 뿐 금융소비자들에겐 넘기 힘든 문턱이다.

그래서 대형은행 개인맞춤형 자산관리사(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물었다. 1000만원, 5000만원, 1억원이 있으면 어디에 투자하겠느냐고. 고액 자산가들을 주로 상담하는 그들로선 나누기 애매한 범주였을 텐데 꽤 꼼꼼한 투자 조언을 내놨다. 단 질문에 응한 모든 PB는 '투자는 개인 성향에 따라 달라지며, 변동성이 큰 만큼 여윳돈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우선 1000만원의 여윳돈이 있다면 정기예금을 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현재 대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가 3.3~3.4% 수준까지 올라와 안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대형은행 PB는 "혹시 중간에 급한 일이 생겨서 아무 때나 찾더라도 원금을 못 받을 일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금리 인상기 예금금리 경쟁을 이어가던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연 4% 넘게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 상품도 등장했다.

만약 1년이라는 기간이 부담스러운 경우엔 회전식 정기예금을 이용해 볼 것을 권했다. 회전식 정기예금은 가입 후 일정 기간마다 약정금리가 변동되는 예금상품이다. 짧게는 3개월 단위로도 갱신된다. 가입기간 내 금리가 오를 때 기존 상품을 해지하고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을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앤 것이 특징이다. 회전주기를 충족한 기간만큼 약정금리가 보장되기 때문에 중간에 해지하더라도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 은행 PB 관계자는 "언제 돈 쓸 일이 생길지 모를 때는 회전식 예금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원금 보장은 안 되지만 시장이 형성돼 안전하게 수익률을 내는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이나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등 핀테크 플랫폼도 고려할만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중에 있는 돈이 5000만원 정도라면 일부는 현금이나 수시입출식 상품, 정기예금에 넣어두고 나머지를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나 분할매수형 ETF를 선택할 수 있다는 조언이 많았다.

우선 채권가격이 저점이란 인식이 컸다. 채권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미국·한국의 중앙은행 금리와 채권 시장 금리가 더는 오르기 힘들 것으로 예측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실제 기관 중심이던 채권 ETF 시장에 개인 투자자금이 들어오면서 시장에서는 국고채 ETF 다양한 종류의 채권형 ETF가 앞다퉈 출시되고 있다. 지난달 개인들은 채권형 ETF를 45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올해 월별 개인 매수액 최고치다. 올해 1월 56억원에 불과하던 순매수액은 8배가량 늘어났다. 은행권 관계자는 " 개인 고객은 채권을 직접 투자하기 어렵다"며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상품이 ETF"라고 말했다.

또 분할매수형 ETF도 꼽혔다. 개인이 저가 분할 매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ETF 최초 매수가격 대비 5%, 10%, 15% 하락하면 단계적으로 3회(25%) 자동으로 분할 매수가 되고 목표 수익률 달성 시 자동 환매되는 구조다.


1억원은 오히려 수시입출금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조언이 있었다. 실제로 한 인터넷 은행이 내놓은 수시입출금 통장은 1억원을 맡기면 하루 5000원씩 일 단위 이자를 지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근 금리인상으로 다른 은행들의 파킹통장이나 수시입출금 상품도 2%를 넘어서는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를 눈여겨보면 좋을 것으로 PB들은 조언했다.

주식이 반토막 나지 않으면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크지 않은 주가연계증권(ELS)과 ELT, ELF도 대안이 되고 있다. ELS를 신탁으로 판매할 때 ELT, 펀드를 통해 판매할 때 ELF라고 부른다. 개념은 같은데 판매처만 다른 상품이다.

ELS는 기초자산인 지수나 주식(주가)이 일정 기간 미리 정해놓은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약속한 수익을 지급(상환)하는 상품이다. 지수가 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시점일수록 ELS 투자가 기회가 될 수 있다. 통상 만기는 3년이지만 조건을 충족하면 6개월마다 조기상환이 가능하다.
지금과 같은 약세장에선 6개월 내 조기 상환될 가능성이 커진다.

지금과 같은 달러 급상승기 단기적으로 수익률을 확대하기 위해 1억원을 모두 달러 예금에 투자하라는 조언도 있었다.
한 은행권 PB는 "환율이 조만간 1400원대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보고 달러를 대량 사들이는 수요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