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오바마 얼굴 그린 사회활동가... 서울 거리에 메시지를 던지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12 18:57

수정 2022.09.12 18:57

맥락을 알고보면 더 재밌는 전시 2편
(1) 셰퍼드 페어리 행동하라展
인종차별·온난화 같은 이슈 주제로
게릴라성 벽화 그리며 전세계서 활동
11월 6일까지 롯데뮤지엄서 전시
앞서 도심 5곳에 대형 벽화 걸어 화제
'사랑해'라는 한 단어라도 문맥에 따라 듣는 이(감상자)의 느낌은 전혀 달라진다. 영화 '미저리'에서처럼 팔과 다리가 의자에 묶인 채 있는 한 남성에게 한 여성이 망치를 들고 사랑해라고 말한다. 혹은 영화 '타이타닉'에서처럼 침몰해 가는 배에서 아버지가 자식에게 마지막 구명조끼를 건네며 사랑해라고 말한다. 미술관에 각각 피 묻은 망치와, 구명조끼 하나를 전시해 놓고 제목을 똑같이 '사랑'이라고 지었을 때 맥락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차이는 클 것이다. 맥락을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전시 2편을 소개한다.

셰퍼드 페어리가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오바마의 초상을 바탕으로 제작한 포스터 '호프'. fnDB
셰퍼드 페어리가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오바마의 초상을 바탕으로 제작한 포스터 '호프'. fnDB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 셰퍼드 페어리의 작품이 그려져 있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장미는 생명력에 대한 아름다움, 역경을 극복하는 회복력을 가진 강인함을 상징한다. fnDB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 셰퍼드 페어리의 작품이 그려져 있다. 장미는 생명력에 대한 아름다움, 역경을 극복하는 회복력을 가진 강인함을 상징한다. fnDB
대형 건물에서 벽화 작업을 하고 있는 셰퍼드 페어리. fnDB
대형 건물에서 벽화 작업을 하고 있는 셰퍼드 페어리. fnDB
서울 잠실 롯데월드 타워 7층에 위치한 롯데뮤지엄은 지난 7월부터 오는 11월 6일까지 미국의 예술가이자 사회 활동가인 셰퍼드 페어리의 '행동하라'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강현임 큐레이터는 지난 7월 셰퍼드 페어리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거리 곳곳에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전세계 도시에서 전시 및 벽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라며 "이번 전시는 셰퍼드 페어리의 초기작, 신작, 벽화, 다큐멘터리 영상 등 그의 30년을 망라하는 최대 규모 전시"라고 소개했다.

셰퍼드 페어리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뉴욕, 샌프라시스코, 런던, 요하네스버그, 도쿄, 홍콩 등지의 고층 건물과 광고판에 메시지를 남겼다. 이 과정에서 20여회 이상 경찰에 체포되고 풀려나기를 반복했다. 심지어 미국 보스턴 현대미술관의 첫 개인전 오프닝을 앞두고 재물 손괴 혐의로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었다.

전시 시작과 함께 그의 대표 벽화 작품은 잠실 롯데월드몰 외관, 롯데월드타워 1층, 석촌호수 갤러리 호수, 강남 도산대로 빌딩, 성수동 피치스 도원 등 서울 시내 5곳에도 걸렸다.

이번 전시 영어 제목인 '눈을 떠라, 마음을 열어라'처럼 그는 예술을 통한 사회 참여와 영향을 중요시했다. 작품 활동 초기 그는 미국에서 활동하며 게릴라성 벽화와 스티커 벽화를 통해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특히 2008년 미국 대선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의 초상을 그린 '희망' 포스터는 그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변곡점이 된 작품이다. 셰퍼드 페어리는 사진작가 매니 가르시아가 찍은 오바마의 사진을 바탕으로 실크 스크린으로 포스터 작업을 진행했고, 해당 포스터는 오바마 선거 캠프의 공식 포스터보다 인기를 끌었다. 총 30만장의 포스터와 50만장의 스티커가 제작된 '희망'은 웹사이트를 통해 무료 배포됐고,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였다.


셰퍼드 페어리는 "현재 지구 온난화, 가짜 뉴스, 인종에 대한 혐오나 차별 등에 대해 세계 시민으로서 가질 수 있는 이슈들을 이야기 하려고 했다"며 "금융 시장, 환경 등의 문제는 미국, 유럽, 한국 등 각자가 따로 푸는 것이 아니라 함께 풀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장에 들어서 그의 작품을 주제와 연대기 순으로 따라가다 보면 그가 미국에서 찍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상영하는 방이 나온다.
시간을 내서 그 다큐멘터리 영상을 차분히 보다보면 셰퍼드 페어리의 작품이 세상에 나오게 된 사회적인 맥락과 배경이 더 잘 보인다.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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