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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경제난 속 '핵무력 정책 법제화' 중·러 3각 밀착 '뒷배' 역할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13 16:02

수정 2022.09.13 16:02

김정은 "美 목적은 정권 붕괴, 핵 포기 절대 안해"
북 경제위기 호소는 여전히 미 협상 신호, 분석도
북·러 군사협력 강화, 중·러 간도 미묘한 입장차
내달 중국 20차 당대회 이후 북 도발 가능성 커
한미동맹 북핵 사용 기도, 북정권 자멸 강력 경고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사진=노동신문 캡처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사진=노동신문 캡처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 핵무력 정책의 법제화라는 공세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을 부르고 있다.

핵무기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로 경제 위기를 자초한 북한이 민생 외면과 경제 위기를 자초하는 상황을 가속화고 오히려 미국과 한국이 요구하고 있는 비핵화 협상을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핵 보유국의 지위에 집착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정은이 지난 8일 발표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엔 미국이 사상 최대의 제재 봉쇄를 통해 핵 포기를 기도하고 있지만 이는 “오판이고 오산”이라는 강경한 메시지와 함께 제재 등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을 인정하는 대목들도 곳곳에 들어 있다.

김 위원장은 “인민들과 아이들이 허리띠를 더 조이고 배를 더 곯아야 했고, 모든 가정들에 엄청난 생활난이 초래돼야 했다”고 했고 “보다 큰 승리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는 했지만 너무도 큰 대가를 각오해야 했다”며 핵 개발에 따른 부정적 결과를 솔직하게 언급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와 함께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고난의 행군’ 시절을 방불케 하는 경제난에 처한 북한이 핵 경제 `병진노선'을 넘은 이른바 ‘선핵 노선’을 표방한 이번 법제화 조치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 구도 강화라는 국제정세에 편승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의 갈등이 장기화하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대미 공동전선을 뒷배로 삼아 강경 행보에 나서고 있다 것이다.


미·중 패권경쟁,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미·러 갈등이 구조화 장기화하는 흐름 속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자유민주 진영에 맞선 북·중·러 삼각 밀착이라는 신냉전 구도가 북한 스스로 유리한 정세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협력 움직임은 양국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끄는 양상이다.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의 명백한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복구사업에 북한 노동자를 활용하는 방안을 북한 측과 논의했고 북한산 무기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러시아 북한제 포탄 구매는 유엔 제재 위반이면서 심각한 러시아의 보급 상황 보여준다는 얘기다.

중국은 북한 핵 무력 고도화의 ‘뒷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선박 무역이나 유류, 석탄, 식량, 의약품 등 지원을 통해 북한과의 밀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 4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 실험장 3번 갱도 위성 사진 모습. 사진=38노스 홈페이지 캡처
지난 8월 4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 실험장 3번 갱도 위성 사진 모습. 사진=38노스 홈페이지 캡처
관련전문가들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이후 중국의 북한 편들기가 한층 노골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3연임 확정 후 시 주석의 대북정책은 미국과의 외교적 협력 공간이라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지지했던 이전의 태도를 벗어나 북한을 대미전선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러가 북한이 핵무력 완성에 다가서는 추가적인 화성-17형 시험 발사와 7차핵실험 감행 등 추가적인 전략도발에 나설 경우에도 안보리의 대북 추가 제재 결의를 막아주면서 북·중·러 공조 강화에 나설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 일각에선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다지려는 의도로 핵무력 정책 법제화 조치에 나선 데 대한 중·러의 속내에 대해선 엇갈린 분석들도 제기된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확고히 하려는 행동은 타이완이나 우크라이나로의 핵 도미노를 우려하는 중·러에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다.

특히 중국으로선 6·25 한국전쟁에서 자신들도 사실상 큰 피해를 봤기에 표면적으로 북·중 관계를 단단히 하면서도 러시아가 북한 이 군사적 협력을 강화해 북한이 한반도에서 현상변경이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상황을 내심 불편해하는 미묘한 역학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은 현 국제정세를 북한에 유리하다고 보면서도 경제 위기를 호소하는 내용들이 많다며 북한은 여전히 미국을 압박하면서도 협상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우리는 계속 버틸 수 있다고 계속 얘기하는 것도 역설적으로 버티기 힘들다는 얘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이 당분간 핵을 포기할만한 한반도나 동북아 환경이 개선될 가능성도 거의 없어 미·중과 미·러 갈등의 장기화 국면에서 중·러에 대해 북한 자신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계산하에 향후 중·러 간 이뤄지고 있는 연합군사훈련에 북한이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면서 북한은 지난 2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에도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자제한 사례로 미루어 내달 16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이후 추가 핵실험 등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만일 북한이 핵사용을 기도한다면 한미동맹의 압도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며 "북한 정권은 자멸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인 지난 25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 사진은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인 지난 25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사진은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사진=조선중앙TV 캡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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