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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재개발·재건축의 새로운 접근방법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15 18:20

수정 2022.09.15 18:20

[서초포럼] 재개발·재건축의 새로운 접근방법
서울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신속통합기획'이라는 혁신적 제도를 도입했다. 신속통합기획은 민간이 추진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공공이 계획 수립부터 심의 단계까지 사전에 지원하는 제도이며, 현재 50여개 단지에서 추진되고 있다.

기존 재건축·재개발 사업 계획수립 과정은 '선(先)공공계획 수립, 후(後)단지계획 작성'이라는 하향식(top-down) 체계이다. 즉 공공이 사전에 상위적 도시관리계획(정비계획이나 지구단위계획)의 틀을 작성해 놓으면 주민들은 이 틀에 따라 단지계획 및 사업계획안을 작성해서 도시, 교통, 환경 등 다양한 심의위원회를 거치게 된다. 이 심의 과정에서 계획안은 수차례 수정·보완되면서 통상 2~3년 정도가 걸리게 된다.

이와 같은 문제의 원인은 첫째, 공공이 선수립한 도시관리계획은 개별 단지의 특성을 고려해 세밀하게 수립하기 어려워 일반화된 지침으로 작성하게 되고, 따라서 이 지침으로는 단지 특성을 살린 개성 있는 설계안을 유도하기 어렵다.
둘째, 주민이 작성한 설계안은 수익성을 가장 중요시하다 보니 주변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하게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각종 심의를 받으면서 수정되는데, 위원회의 특성에 따라서는 해당 전문분야의 관점만 강조하기도 해 단지 전체의 설계원칙이나 균형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서울시는 이와 같은 '거시적 공공계획과 미시적 민간계획의 괴리' '계획수립 과정과 결정 과정의 단절' '위원회별 전문적 관점의 차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속통합기획이라는 제도를 신설했다. 이 제도는 주민제안 계획안을 토대로 자치구가 추천한 후보지 중에서 서울시 공모로 선정된 단지를 대상으로 적용한다.

신설된 전담조직인 '신속통합기획과'는 대상단지가 선정되고 나면 단지마다 도시부문과 건축부문 MP(Master Planner)와 전문 설계사무소를 선임, 개략 구상안을 작성한다. 작성 과정에서 관련 심의위원회 소위원회 성격의 통합위원회를 구성해 사전자문을 받고, 관계부서 간 실무협의도 진행된다. 또 주민대표단과 회의 및 주민설명회를 통해 의견을 주고받으며, 최종적 도시관리계획의 틀을 보완하게 된다. 이후 주민들은 자신들이 선임한 설계사무소를 통해 이 틀에 맞추어 사업계획안을 작성하고 통합심의를 거치게 되는데, 심의까지의 시간은 이전보다 절반가량 단축될 전망이다.

신속통합기획이라는 제도의 핵심은 '신속(迅速)'이 아니고 '통합(統合)'에 있다. 즉 '통합'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계획 및 심의 과정의 시간단축이라는 '신속'의 특징이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양적 성장시기여서 공공의 역할이 수많은 민간의 계획을 사후에 심의해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는 역할에 그쳤다. 그러나 저성장 시대에 들어오면서 공공의 역할은 주민의 사업성도 고려하면서 수준 높은 환경 조성을 위해 선제적으로 민간을 지원하는 역할로 진일보한 것이다.
서울시가 도입한 혁신적인 신속통합기획 제도가 잘 정착되고, 다른 도시로도 널리 파급되기를 기대해본다.

■약력 △63세 △서울대 건축학 학사 △서울대 도시공학 석사·박사 △미래개발컨설팅그룹 이사 △서울연구원 책임연구원 △한동대 교수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

구자훈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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