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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요구권 승인됐는데 금리 올랐어요"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05 16:47

수정 2022.10.05 16:47

[고삐풀린 금리, 요동치는 시장(4·끝)]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파이낸셜뉴스] #. A씨는 며칠 전 신청한 금리인하요구권이 승인됐다는 소식을 듣고 신이 났다. 지난 인사에서 함께 승진한 직장 동료가 금리 조정에 성공했다는 말을 듣고는 처음으로 신청했다. 받아둔 신용대출 금리가 계속 오르는데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신용점수를 올리기 위해 카드 지출도 늘렸다. 일주일 정도 지나 기존 3.59%던 대출금리가 3.04%로 0.41%포인트(p) 내렸다는 결과를 통지 받았다. 하지만 이자 납부일, A씨는 지난달보다 이자가 별 차이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기준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금리인하 폭을 상쇄한 것이다.


금리인상기, 금리인하요구권이 되레 금리상승권으로 둔갑한다는 오해가 일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이 승인됐는데 막상 이자를 내는 날 기존에 내던 이자가 변동이 거의 없거나 오히려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하는 경우가 생겨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리인하요구권 승인 후 대출금리가 오르는 현상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다만 오른 금리는 금리인하요구권 때문이 아니다. 대출금리의 기반이 되는 기준금리가 오른 데 따른 결과일 뿐이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로 구성된다. 금리인하요구권은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장치다. 우연히 금리인하요구권 사용 시점과 기준금리 변동 시점이 맞아떨어진 경우 기준금리 상승폭이 가산금리 인하폭보다 크다면 최종 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신의 기준금리 변동 주기를 모르는 금융소비자가 생각보다 많다"면서 "변동 주기와 금리인하요구권 행사 시기가 우연히 겹칠 경우 최종금리가 높아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는 변동금리 대출의 대출금리가 바뀔 때 기준이 되는 금리를 의미한다. 은행은 코픽스(COFIX)와 금융채·CD 등 시장금리(MOR)를 기준금리로 이용한다. 모든 은행이 같은 값을 적용하는 코픽스에 비해 시장금리는 조달 비용 등에 따라 은행마다 다르게 산정된다.

가산금리는 이렇게 산정된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금리다. 개인의 위험관리비용, 은행 마진 등에 따라 달라진다.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함으로써 낮출 수 있는 금리는 바로 이 부분이다. 재산 증가, 신용평점 상승 등 개인의 신용 상태 개선이 되면 가산금리에 변동이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하요구권은 고객이 제시한 합리적 근거를 은행 측이 받아들였을 경우 승인된다. 은행 내부 산정 방식에 따라 신용 상태 개선이 가산금리 산정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 금리인하 요구가 거절된다. 즉,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해서 가산금리가 오르는 예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가산금리가 바뀐 경우에도 기준금리 오름폭이 이를 상쇄한다면 최종금리는 높아질 수 있다.
기준금리는 첫 대출 실행 조건에 따라 3개월, 6개월, 12개월 등 일정한 주기에 따라 변한다. 통상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상승할 때 함께 상승하고 하락할 때 함께 하락한다.
지금과 같은 금리인상기에는 기준금리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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