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드라마 수리남'이 현실이 됐다...한국서 급증하는 태국發 마약

주원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09 15:17

수정 2022.10.09 16:29


넷플릭스 '수리남' 스틸컷 /사진=뉴스1
넷플릭스 '수리남' 스틸컷 /사진=뉴스1


외국인 마약류 사범 추이
기간(년) 검거자 수(명)
2017 932
2018 948
2019 1529
2020 1958
2021 2339
(대검찰청)

[파이낸셜뉴스] 한국이 더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태국인을 중심으로 외국인 마약사범이 크게 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주가 된 마약조직 검거 및 밀수 적발이 잇따라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국인 마약사범 중 태국인이 가장 많아
9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외국인 마약류 사범은 지난 2017년 932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2339명으로 늘었다. 5년새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외국인 마약류 사범 중 태국인이 888명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중국인 504명, 베트남인 310명 등이 뒤를 이었다.
올해도 7월까지 검거된 외국인 마약사범 1367명 중 태국인이 559명으로 가장 많았다. 2018년까지 중국인이 가장 많았지만 그 후 태국인 수가 중국인 수를 역전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넷플릭스 갈무리) /사진=뉴스1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넷플릭스 갈무리) /사진=뉴스1

지난 5일 충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유통조직의 총책 태국인 A씨와 조직원 등 40명을 검거했다. 모두 국내에 불법체류중인 태국인이었다. 이들은 라오스에서 필로폰 등 다량의 마약류를 건강식품으로 위장시켜 국제우편을 통해 국내에 밀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원들은 태국인 지역 커뮤니티에 판매 경로를 구축한 후, 충남을 중심으로 전북과 경북 등의 지역을 넘나들며 마약류를 유통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서울 동작경찰서가 검거한 태국인 마약 조직 역시 수법이 유사했다. 태국인 총책 B씨는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160억 원 상당의 필로폰 2.5kg와 야바 등을 밀반입했다. 국제 우편을 통해 밀반입한 마약들은 국내에 거주하는 태국인 이주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유통됐다. 검거된 태국인 마약 조직원 43명 중 80%는 불법체류자였다.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2022.09.15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2022.09.15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이주노동자들 중심 유통... 단속 강화해야
태국인 마약사범 증가는 태국인 불법체류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과도 연관 지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017년 6만8449명이던 태국인 불법체류자는 2022년 13만7916명으로 2배 넘게 늘어 국내 불법체류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수사를 주도했던 동작서 강력팀 박성원 경감은 "이들은 공장 기숙사나 노래방 등에서 투약과 판매를 하고 있었다"며 "이주노동자들 사이에 마약 투약이 만연해 있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태국에서 들어오는 마약 역시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2021년 관세청이 적발한 필로폰 밀수 현황에서 79건(전체 64%)이 동남아발이었고, 이중 60건은 태국으로 총 41kg를 적발했다. 이에 관세청은 태국 발 마약 유통이 급증한다고 판단하고 지난 9월 현지 세관과 합동해 마약 밀수 검거 작전을 벌여 국내로 반입하려던 필로폰 22kg과 야바 21만정 등을 압수하기도 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태국발 마약류들을 불법체류자의 차명 주소로 국제우편을 통해 반입하려다 적발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태국이 지난 6월 대마초 합법화를 선언하면서 '대마 관광' 등 우리 국민이 마약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행자 등을 통해 마약류 밀반입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외국인들 대상 예방 교육의 필요성 및 강력한 단속을 주문했다.

마약 전문 박진실 변호사는 "코로나19 유행 등으로 단속이 어려워진 틈을 타 불법체류자 수가 큰 폭으로 늘며 본국에서 마약을 접해본 동남아 이주노동자들이 커뮤니티를 이뤄 마약 유통이 조직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마약 생산국은 아니기 때문에 관세청, 국정원 등이 밀수되는 마약을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민청 신설을 통해 국내에 오는 노동력에 대한 입국 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각종 마약 관련 정책을 통합해 범정부 TF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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