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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차관 '9·19합의' "北 이행 시급, 중대위반 계속되면 검토 필요"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09 16:10

수정 2022.10.09 16:10

"중대위반 반복되면 우리도 면밀한 검토 필요할 것"
"김정은, 집권 10년 성과 없다 보니 핵에 더 집착해"
신범철 국방부 차관(왼쪽).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신범철 국방부 차관(왼쪽). 사진=국회사진취재단
[파이낸셜뉴스] 9일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에 대해 '9·19 군사 분야 남북합의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신 차관은 '북한의 도발 행보가 9·19 합의에 따른 적대행위 중단을 위반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사실 면밀한 해석을 보면 (북한이) 적대행위를 계속하는 것"이라며 "9·19합의에 있는 내용조차도 북한이 명시적으로 위반하는 행위가 지금 반복되고 있다"고 KBS-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답했다.

신 차관은 "그런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이 9·19합의를 이행하게 만드는 게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만약 북한이 9·19합의를 중대하게 위반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 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9·19 남북군사합의'는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간의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 때 채택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다.

여기엔 지상·해상·공중에 각각 완충구역을 설정해 남북한 간의 적대행위를 금지하고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각종 조치를 강구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북한은 올 들어 이날까지 역대 같은 기간 최다의 탄도미사일 23차례 발사를 포함해 순항미사일과 재래식 방사포(다연장로켓) 사격을 포함, 총 29차례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이후 15일 동안에만 7차례에 걸쳐 총 12발의 단거리 및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쐈다.

탄도미사일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북한은 지난 3월 25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감행해 북한의 2018년 4월 선언한 모라토리엄(핵실험, ICBM 발사 유예)을 약 4년 만에 파기했다.

북한은 이날도 오전 1시48~58쯤 강원도 문천 일대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며 올해 첫 '심야 도발'을 벌였다.

북한 매체가 신형 무기 실험이라고 주장하며 공개한 사진들. 왼쪽부터 신형대구경조정포, 초대형방사포(KN-25),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자료=미국의소리(VOA) 홈페이지 캡처
북한 매체가 신형 무기 실험이라고 주장하며 공개한 사진들. 왼쪽부터 신형대구경조정포, 초대형방사포(KN-25),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자료=미국의소리(VOA)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350㎞, 정점고도는 약 90㎞로 탐지돼 대남 핵탄두 투발 수단으로 회피 기동이 가능한 탄도미사일 기술을 적용, 개발 중인 '초대형 방사포'(다연장로켓) KN-25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은 지난달 23일 美 로널드 레이건호 항모의 부산 입항과 26∼29일 한미연합해상훈련, 30일 한·미·일 대잠수함전 훈련에 대한 반발로 분석된다.

북한의 IRBM 도발 이후 미국이 항모를 5일 다시 회항해 6일 동해상에서 한·미·일 미사일방어훈련을 진행하자 북한은 같은 날 오전 SRBM을 쏜 데 이어 오후 2시께 인민군 전투기 8대와 폭격기 4대 등 총 12대가 우리 군의 '특별 감시선' 주변에서 공대지 사격훈련까지 병행하며 시위성 편대비행에 나서 우리 공군기 30대가 출격해 대응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루 두 차례의 도발 감행인 셈이다.

이와 관련 최근 국내에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연이은 도발 등 위협이 '9·19합의 정신에 저촉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9·19합의와 관련해 "북한은 합의 사항을 준수하지 않는데 우리만 준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제시한 적이 있다.

신 차관은 북한의 이 같은 도발 행태엔 △내부 정치요인과 △국제정세 △군사적 필요성 등의 요인이 북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신 차관은 "올해는 김 총비서가 공식 집권한 지 10년 되는 해"라며 "지난 10년을 보면 별다른 성과가 없다. 그러다 보니 핵에 더 집착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SRBM에 탑재가 가능한 소형화한 핵탄두, 즉 전술핵무기급의 성능 시험 목적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신 차관은 북한의 전술핵에 대해 "테스트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어디까지 발전해왔다고 평가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연이은 미사일 발사를 고려할 때 (핵무기) 투발 수단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사진=노동신문 캡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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