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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래비티가 현실로…'우주쓰레기의 역습' 어떻게 막을까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0 18:35

수정 2022.10.10 18:35

제주서 제40차 IADC 총회 개최
13개국 100명 전문가 머리 맞대
"모든 인공위성, 1년에 두번 정도 우주쓰레기 충돌 피해 위치 조정"
최근 전세계 위협으로 부상한
스페이스X·카이퍼·英 원웹 등
군집위성 가이드라인 초안 제작
처리기간 25년→5년 단축 의견도
인류가 지금까지 쏘아올린 1만3100여개의 인공위성들이 지구 주위를 감싸고 있다. NASA 제공
인류가 지금까지 쏘아올린 1만3100여개의 인공위성들이 지구 주위를 감싸고 있다. NASA 제공
영화 그래비티가 현실로…'우주쓰레기의 역습' 어떻게 막을까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모든 인공위성들이 1년에 2번 정도는 우주쓰레기들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연료를 소모해 가면서 위치를 조정하고 있다."

한국 대표로 지난해부터 국제우주쓰레기조정위원회(IADC) 의장직을 맡고 있는 김해동 경상국립대 항공우주및소프트웨어공학과 교수는 10일 총알보다 10배 이상 빠르게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우주쓰레기 위협 실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현재 지구 궤도에 올려진 인공위성은 1만3100여개에 달하며, 이중 3000여개는 통제불능의 우주쓰레기 상태로 떠돌고 있다. 이런 우주쓰레기의 무게가 9900t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던 주인공이 우주쓰레기와의 충돌 내용을 다루는 SF영화 '그래비티'. 이 영화 속 허구가 점점 더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전세계 13개국이 참여하는 IADC는 10~14일까지 5일간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제40차 총회를 갖는다.

13개국 100여명의 대표단은 총회 기간 관측, 환경, 보호, 완화 등 4개의 워킹그룹과 운영자그룹으로 나눠 우주환경보호에 대해 논의한다. 이때 제안된 내용을 토대로 인공위성 운영과 관리, 우주쓰레기 처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

이번 IADC 한국총회에서는 대량 군집위성 관리 문제와 인공위성의 능동 제거가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김해동 의장은 "많은 위성을 한꺼번에 올리는 미션과 적극적으로 우주쓰레기를 제거하는 것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가 메인 주제가 될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 위성의 위협

우선 최근 몇년새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스페이스X의 통신위성 '스타링크'다. 지금까지 3000여개의 통신위성을 지구저궤도에 뿌려놨다. 스페이스X는 앞으로 4만2000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천문학계에서 우주를 관측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은 물론 다른 위성과의 충돌과 우주 미아로 방치되는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올 초 우려했던 문제들이 불거졌다. 지난 2월 지구자기장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스타링크 40여개가 분실됐다. 일부는 지구 대기권으로 떨어지면서 불타 사라졌고, 일부는 행방불명 상태. 또 지난해 4월에는 스타링크와 원웹의 인공위성이 충돌할 뻔했다.

스페이스X 뿐만아니라 아마존의 자회사 카이퍼와 영국의 원웹도 인터넷 위성을 수백개 이상 하늘에 올리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 의장은 "아직까지 군집위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는데, 각 스터디 그룹들이 초안을 만들어놓고 이번 총회기간에 의견을 모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위성 수명 더 짧아진다

또 다른 이슈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인공위성의 뒷처리다. 즉 임무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의 처리 기간을 좀 더 짧게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미국 해양기상청 위성 'NOAA 17'과 중국 기상관측 위성 'YUNHAI 1-02'가 충돌했다. NOAA 17은 2013년 임무 종료 후 지구궤도에 머물고 있다가 충돌한 것이다. 이 사건 전에도 수많은 충돌 사건이 있었다.

2007년 유엔 우주평화이용위원회(UN COPOUS)에서 승인한 '우주폐기물 경감 가이드라인'은 처리기간을 25년까지 길게 두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고도 2000㎞ 이하의 저궤도 인공위성은 임무를 종료한 후 지구 주위에 우주쓰레기로 머무르는 잔존 궤도수명이 25년 이하가 되도록 고도를 낮추도록 하고 있다. 또 정지궤도 인공위성은 임무 종료후 아예 고도를 200~300㎞ 이상 올려서 지구 주위를 영원히 떠도는 즉, 우주 무덤 영역으로 폐기하는 것이다.

각국의 전문가들은 최근 우주쓰레기 충돌 확률이 점점 더 높아지면서 이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는 5년 이내로까지 단축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번 총회가 끝나면 최종 가이드라인이 나오겠지만 현재로서는 이 안이 상당히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알 10배 속도, 우주쓰레기 방치

현재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우주 쓰레기는 유럽우주국(ESA)이 9200t, 미국 우주감시네트워크가 9900t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또 지름 10㎝ 이상인 것은 3만4000개, 10~1㎝ 크기의 물체가 90만개, 1~0.1㎝ 쓰레기는 1억2800만개로 추정된다.

이 쓰레기들은 총알보다 10배 이상 빠른 시속 2만8440~4만320㎞ 속도로 날아다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지름 1㎝의 알루미늄 구슬이 맞은편에서 날아오는 우주쓰레기와 부딪힐때 약 1.5t의 소형차가 시속 50㎞로 부딪히는 충격량이나 작은 수류탄이 터지는 충격과 같다고 비유했다.

김 의장은 "10㎝ 이하의 우주쓰레기는 위치를 추적할 수 없어 인공위성과의 충돌 위험을 방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문에 인공위성의 태양전지판이나 본체는 수많은 쓰레기 파편에 맞아 성능이 조금씩 떨어져 수명이 짧아져 가고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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