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행정·지자체

민생은 없고 정쟁만… 여야 지지층을 위한 '그들만의 국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1 05:00

수정 2022.10.11 05:00

尹정부 첫 국감 일주일
野, 외교참사·윤석열차 논란 공세
與, 文정권·이재명 의혹으로 맞서
지자체 등 남은 일정도 격돌 예고
결정적 한방 없는 '맹탕' 지적도
윤석열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여야가 당초 '민생국감'을 표방한 것과 달리 전선(戰線)만 확대된 '정쟁 국감'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의 대북·안보 정책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백현동 개발특혜·성남FC 의혹 등을 들어 대야 견제에 나선 반면 민주당은 윤 정부의 외교참사,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대응에 '윤석열차' 탄압 의혹까지 거론하면서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각종 정치 이슈로 얽힌 감사원 국정감사에 이어 차기 잠룡으로 거론되는 오세훈 서울시장·김동연 경기도지사 정책을 검증하는 지자체 국감도 줄줄이 예정돼 있어 여야간 날선 공방전이 지속질 전망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정부 국정감사 첫 일주일에는 여야 간 신구권력을 둘러싼 공방이 주를 이뤘다. 국감 첫 날부터 외교통일위원회는 박진 외교부장관의 '출석' 논란으로 한 차례 정회했다가 다시 개의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 도중 '비속어 논란'과 관련 박 장관에게 책임을 물어 해임을 건의했지만, 대통령의 거부로 무산됐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 박 장관에게 재차 항의하고 책임을 물으면서 외통위 국정감사 또한 공방의 장이 됐다.

국감 둘째 날인 지난 5일에는 한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 수삭장인 '윤석열차'가 정쟁의 중심에 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향해 "정치적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은 행사 취지에 어긋난다"라며 경고하다고 한 데 대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어서다. 야당 의원들은 문체부 국감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응을 비판,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는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민주당 의원들이 재차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 의원들이 문재인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과도한 수사를 지적하자, 한 장관은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수사'가 그 이상이었다고 반박하면서 물러나지 않았다. 국방위원회에서는 여당이 문재인 정권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대북·안보 정책을 강력 비판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과정에서 현무 낙탄사고 등을 지적하면서 현 정부을 비판했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개발특혜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여당에서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여야 간 협치의 폭이 좁아지는 모양새다.

당장 11일 감사원, 금융감독원, 한국전력공사 등 굵직한 공공기관 국감을 앞두고 있다. 특히 감사원 국감에선 문 전 대통령 소환조사와 관련해 여야가 물러섬 없는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또 12일에는 서울시(행정안전위원회), 14일에는 경기도와 서울시(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다. 차기 잠룡으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행정과 정책을 두고 여야가 각각 송곳 견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1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14일 고등법원 및 검찰청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과 이를 되돌리기 위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을 두고 여야가 '검찰개혁' 공방 2라운드를 예고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계속되는 만큼 안보 공방 또한 이어질 전망이다.

여야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민생국감', '책임국감'을 약속한 것과 달리 이같은 정치 현안으로 뒤덮이면서 지난 대선정국에 이어 올해에도 정쟁국감이 됐다는 지적이다. 정회에 파행이 거듭되는 데다, 이렇다할 포인트가 없는 '맹탕국감'이란 비판도 잇따른다. 정부의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기 보다는 각 당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장(場)으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싸울거리만 늘어나서 양당의 전선만 확대된 꼴"이라며 "여야가 각당 지지층 35%만 바라보고 가는 정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방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통화에서 "정쟁이 더 부각돼서 보일 수 있지만, 20%만 그렇고 실제로는 국정감사의 본취지에 맞게 정책 검증에 충실하게 임하는 의원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국정감사 이후 예산안 협의를 위해서라도 여야 협치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평론가는 "특히 여당에서는 여가부 폐지 등 핵심 지지층을 겨냥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데,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감 후 예산안 처리를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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