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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의식했나…'뜬금없는' 건보공단 데이터 활성화 간담회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0 19:06

수정 2022.10.10 19:06

최근 1년간 논의 한번 안하고
보험업계 요청도 번번이 거절
국감 앞두고 보여주기식 이벤트
후속계획도 없이 끝내버려 시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달 개최한 공공 보건의료 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제대로 된 논의 한 번 없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보여주기식 행사를 개최했다는 것. 실제 간담회 이후 추후 구체적인 계획이나 협의체 마련 등은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국감 앞두고 보여주기식 간담회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달 '빅데이터 활용의 새로운 방향'이라는 주제로 업계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보건복지부, 식약처, 네어비헬스케어, 카카오헬스케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공공의료 데이터의 수요를 파악하고 건강보험 빅데이터가 안전하게 활용될 수 있는 체계 및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간담회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후속 작업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날 보건의료 데이터의 산업계 수요에 대해 새로운 방향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이야기만 했다"며 "구체적인 논의 없이 각 산업계 의견 수렴 일정이라든지 건보공단의 구체적인 실천 계획 등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간담회 정례화에 대한 논의도 지금까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국정감사를 앞두고 그동안 건보가 데이터 개방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진행한 형식적인 간담회였다"고 평가했다.

■ 건보, 데이터 요청 번번이 거절

보험업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지속적인 데이터 개방을 요구했다. 그러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지난 2020년 8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 등 일명 데이터 3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가명정보의 산업적 활용이 가능해졌다. 이후 현대해상, 교보생명, 삼성생명, 한화생명, KB생명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공공의료 데이터를 요청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9월 이들의 요청을 거절하며 과학적 연구 기준 미충족, 객관적 검증철자 미제시 등을 이유로 꼽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는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및 보험사들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보험사들은 연구계획 작성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고 국민건강보험공단는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졌다.

올해 1월 한화생명이 두 번째로 공공의료 데이터를 신청했다. 한화생명은 만성질환에 따른 국민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암, 심뇌혈관질환 등 국내 다빈도 질환이 국민과 가계에 미치는 부담 수준을 평가하는 '질병부담지수'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연구 성과 역시 외부에 공개키로 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 역시 무기한 연기했다. 업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후 국정감사를 앞두고 간담회를 개최한 것이다.

■ 국감 논의 따라 절차 빨라질수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현재 보험사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후속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언제까지 개방한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이번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가 나오고 논의가 진척되면 더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단체는 공공의료 데이터가 민간으로 가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보험사들이 공공의료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험금 지급 가능성 낮은 질환에 대해서는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대신, 가능성 높은 질환은 가입을 거절하는 식으로 악용돼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보험사 등 민간은 공공의료 데이터를 활용하면 유병자 전용상품을 출시할 수 있고 새로운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 개발도 가능해 사회 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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