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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도 2년전보다 싼 전세매물 속출… ‘乙’이 된 집주인 [서울 역전세난 심화]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1 18:09

수정 2022.10.11 18:09

은마 전셋값 반토막, 잠실은 3억↓
"집주인이 이사가지 말라 부탁해"
보증금 못돌려줘 대출이자 대납도
금리부담에 월세 선호해 매물 쌓여
강남권도 2년전보다 싼 전세매물 속출… ‘乙’이 된 집주인 [서울 역전세난 심화]
서울 지역의 역전세난이 확산되고 있다. 급전세 매물 적체로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 2년 전 시세보다 낮은 전세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계약 당시보다 전세시세가 떨어져 차액만큼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이른바 역전세난이다. 금리인상으로 전세대출 부담이 커져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데다가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통한 재계약 수요 증가로 전세이사 수요까지 줄면서 세입자 찾기가 녹록지 않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은마아파트 전셋값 2년전 대비 반토막

11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 의 전셋값이 2년 전에 비해 반토막이 됐다. 아실에 따르면 지난 7일 15동은 3억원에 전세거래가 체결됐다.
해당 동은 올해 4억9500만원에서 9억원까지 거래된 곳이다. 특히 2년 전인 2020년에 6억원에서 7억원에 거래된 전셋값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2년 전과 비교해 최소 3억원 이상 낮아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면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에게 해당 금액만큼 얹어서 줘야 하는 상황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세대 수가 많다 보니 전세가격도 다양하다"며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위해 장기임대주택을 두는 경우가 있어 전세가격 상승폭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전세매물 가격이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54동은 지난해 12월 15억5000만원에 전세가 최고가를 찍었다. 하지만 올해 같은 동에서 전세매물이 10억5000만~1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중개업소는 역전세난으로 집주인과 세입자의 뒤바뀐 위치를 체감하고 있다. 강남구 A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이 기존 세입자에게 계약 만료 후 바로 이사 가지 말고 새 세입자를 찾을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는 분위기"라며 "집주인이 세입자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세입자 전세자금대출의 은행 반환 지연이자를 대납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송파구 소재 B공인중개사는 "잠실엘스 84㎡는 지난해 13억원대 전세매물이 2억, 3억원이 떨어져 거래되고 있다"며 "11억5000만원 선에서 거래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1억∼11억5000만원까지 계약되던 전세가격이 현재 8억5000만∼9억원까지 내려왔다. 그럼에도 계약이 잘 안되는 분위기다. 이 아파트는 2년 전인 2020년 9∼10월 8억∼9억5000만원, 11월에는 10억원 넘는 금액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마포구 C중개업소는 "전세 물건이 많은 편인데 매매거래 침체로 2∼3개월씩 집이 안 팔리자 매도를 포기하고 전세로 돌리는 수요까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치솟는 이자부담에 역전세난 심화

전문가들은 집값 고점인식과 금리상승으로 전세가격이 하락하면서 역전세난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전세가격은 지난 5월 4주(-0.01%)부터 약 4개월 넘도록 하락하고 있다. 최근 10월 1주(-0.20%) 떨어지면서 하락폭을 키웠다. 이는 2019년 2월 3주(-0.22%) 이후 최대 낙폭이다.

주된 이유로는 전세매물 적체가 꼽힌다. 금리인상에 따라 최근 전세자금대출(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 금리도 연 4~6.5%대에 이른다. 세입자들도 금리부담에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수요가 떨어진 반면 전세매물은 쌓이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물량은 4만2344건으로, 지난달 11일(3만5706건)과 비교해 18.5% 증가했다.
임대차2법인 계약갱신권·전월세상한제 등으로 이주가 줄어든 점도 영향을 줬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최근 2년간 집값 급상승기를 거치면서 갭투자를 통해 집주인이 된 경우가 많다.
갭투자자들은 현재 전세가격이 떨어지면서 앞으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보여 전세가격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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