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이태원 참사] 혼신의 CPR, "제발 살아야 해" "제 여친 찾아달라"…곳곳 비명 참혹한 현장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30 15:09

수정 2022.10.30 15:09

29일 밤 이태원역 인근 시민들이 사상자에게 CPR를 하고 있다./사진=이진혁 기자
29일 밤 이태원역 인근 시민들이 사상자에게 CPR를 하고 있다./사진=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제 여자친구가 어디 있냐고요!"
모로코 출신 A씨는 이태원역 인근 압사 사고 현장 인근에서 경찰관에게 소리쳤다. '직접 찾으라'는 경찰의 말에 A씨는 주변 시민들을 붙잡고 어설픈 한국말로 도움을 청했다. 인근 시민들도 사고 현장에서 지인의 행방을 찾느라 정신 없었다. 아비규환이었다.
2022년, 핼러윈 데이는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30일 자정. 이태원역 인근 현장에서는 환자와 시민, 소방관, 경찰 등이 뒤엉켜 아수라장이었다. 전날 오후 오후 10시 15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해밀턴호텔 옆 골목 일대 행사장에서 압사사고가 발생했다. 오전 9시 현재 151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쳐 모두 23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건현장에서는 소방관들과 시민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사상자를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CPR)을 했다. 시민들은 소방관의 "하나, 둘, 셋" 구호에 따라 있는 힘껏 쓰러진 시민들에게 CPR를 했고 다른 시민들은 팔과 다리를 주무르며 안간힘을 쏟았다. 주변에서는 "정신 차려" "제발 살아야 해" 같은 비명 소리가 들렸다. 경미한 환자들은 휠체어로 이송되고 있었다.

30일 2시49분 현재 서울 이태원동 압사사고 현장에서는 사망자들이 특정 건물 1층 공간에서 차례로 이송되고 있다./사진=김범석 기자
30일 2시49분 현재 서울 이태원동 압사사고 현장에서는 사망자들이 특정 건물 1층 공간에서 차례로 이송되고 있다./사진=김범석 기자

이태원역 인근 해밀턴 호텔 좌측 상가 대로변에는 모포나 옷가지 등으로 얼굴까지 덮인 사람들이 줄 지어 누워있었다. 한 중년 여성이 모포 등을 펼쳐보며 자녀인 것을 확인하고 "왜 여기있니"라며 오열하자 여성 경찰관이 이를 제지하기도 했다. 다른 남성은 여자친구로 보이는 한 여성의 손목을 잡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시민들이 입은 파티 복장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사건과 동떨어져 있었다. 한 30대 남성은 "친구가 아직 제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어느 병원으로 갔는지 파악도 안된다"고 말했다.

사건 현장에 있던 엄모씨(32)는 "가까운 곳에서 오열하는 시민과 시체를 보는 순간 이게 현실인가 싶었다"며 "경찰이 '집에 가라'고 했지만 너무 놀라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30일 오전 이태원역 인근에서 소방당국이 사상자 이송을 위해 거리 확보를 하고 있다/사진=이진혁 기자
30일 오전 이태원역 인근에서 소방당국이 사상자 이송을 위해 거리 확보를 하고 있다/사진=이진혁 기자

경찰은 2차선에 불과한 이태원역 인근 대로변을 확보하기 위해 시민들의 진입을 통제했다. 아울러 시민들의 이른 귀가를 종용했다. 시민들이 사상자의 사진을 찍으려 하자 경찰이 제지하기도 했다. 한 외국인이 '집을 가겠다'며 도로 반대편으로 건너가려 하자 경찰이 이를 막아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건 발생 이후 소방당국은 상황이 긴급한 환자를 중심으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30일 오전 2시 이후부터는 이태원의 한 빌딩에서 안치해둔 사망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날 사상자들은 인근 병원 등으로 이송됐다. 30일 오전 12시 30분까지 2명이 서울 영등포구 성모병원 응급실로 실려왔다. 20대 여성은 이미 구급차에서부터 심정지상태였고 나머지 한 명은 중국 국적의 외상 환자였다.

이내 사상자의 가족과 친구들도 병원으로 속속 도착했다. 응급실 앞에서 유족과 친구들은 오열했다.
이태원에 함께 방문했다는 친구 B씨는 "친구들과 놀다가 인파가 많아 떨어졌는데 연락이 닿지 않아 찾아다니던 중 쓰러진 친구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사상자의 아버지 C씨는 "딸이 아까 5시반쯤 할로윈 이태원에 간다고 했다"며 "이 상황이 실감이 안난다"고 했다.
뒤늦게 전화로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은 어머니는 흐느끼며 응급실 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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