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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 안 드러난 집권 3기… 시진핑 '장기 통치' 굳힌다 [글로벌 리포트]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06 18:14

수정 2022.11.06 18:14

習 3기 맞아 종신 집권 기틀 마련
포스트 시진핑 가능성 남아있어
지도부 '7상8하 원칙' 여전히 유효
57세 이하·70년대생 후보군 주목
후계자 안 드러난 집권 3기… 시진핑 '장기 통치' 굳힌다 [글로벌 리포트]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집권 3기를 출범시키면서 장기 통치 기틀을 명확히 마련했다. 최고 지도부를 비롯해 최고 권력기관까지 견제 세력을 없애 이의를 제기할 기회의 싹은 잘라버렸고 그 자리엔 최측근들로만 채워는 방식으로 '시진핑 왕국'을 만들었다는 것이 외부의 시선이다.

대관식 이후엔 두 개의 확립과 수호, 집중통일영도체제(사실상 시진핑)에 대한 충성 서약을 서둘러 받기도 했다. 동시에 다른 한편에선 최고 사정·감찰기관이 3기 숙청을 시작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양방향 전략도 진행시켰다.

절대적인 권위에 표면적으론 포스트 시진핑은 없다. 최소 5년 또는 10년, 경우에 따라선 종신집권도 가능한 모양새다.


그렇다면 포스트의 가능성까지 완전히 사라진 것일까. 뒤를 이을 후계 구도가 불명확해도 조직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래 권력 후보군의 실루엣 정도는 찾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기도 한다. 차기와의 유대 강화는 한중관계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밑거름이기 때문에 주목해야 한다.

■정치국 위원 24명 중 후계자 없어

시진핑 1인 천하의 완성을 위해 공산당 인사 관례였던 7상8하(67세 유임·68세 은퇴)가 3기에서 깨졌다는 것은 일반적인 견해이지만 소멸을 뜻하진 않는다.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경우 시 주석(69)을 제외하고 68세 원칙에 어긋나는 인물이 한 명도 없다.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유력)과 차이치 중앙서기처 서기가 67세로 그나마 최고령이다.

반면 2기 상무위원이었던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70), 한정 상무부총리(68) 등 2명은 7상8하 원칙으로 퇴임했다.

범위를 넓혀 중앙정치국 위원 24명(상무위원회 7명 포함)에서 보면 장여우샤(72) 중앙군사위 제1부주석(유력), 왕이(69)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유력) 만이 관례를 피해 갔다. 시 주석까지 포함할 경우 24명 중 3명에게만 7상8하 원칙을 예외로 둔 것이다.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리우진궈 중앙기율검사위원회 부서기 겸 국가감찰위원회 부주임은 67세이기 때문에 유임 명분이 된다.

따라서 7상8하 원칙은 특별한 경우를 빼곤 아직 작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별한 경우는 시 주석의 남자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외신들은 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새로운 라인업에 후계자가 없다는 것은 시 주석이 앞으로 5년 또는 그 이상 중국을 계속 통치할 것임을 시사한다"면서 "왕이와 장여우샤를 유지하는 것은 외교와 국방에서 연속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처럼 7상8하가 존재하고 시 주석이 향후 10년을 더 집권한다고 가정할 경우 중앙정치국 위원 24명 중에서 57세 이하(57세+10년=67세)가 차기 주석 후보군로 유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젊은 리간제 산둥성 서기, 리수레이 중앙선전부 부장(승진), 장궈칭 랴오닝성 서기, 천지닝 상하이 당서기(확정) 등 4명은 이때가 되면 68세로 퇴임 대상이기 때문에 전체 정치국 위원 가운데는 후보군이 없는 셈이다.

시 주석이 5년만 집권하면서 7상8하도 완전히 깨진다고 예상해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딩쉐샹(60) 상무부총리(유력), 천민얼(62) 충칭시 당서기, 인리(60) 푸젠성 당서기, 천원칭(62) 국가안전부 당서기, 위안자쥔(60) 저장성 당서기 등 10여명의 중앙정치국 위원이 물망에 오른다. 다만 1인 왕국이 시작된 현 시점에서 5년 집권은 사실상 가능성이 희박한 시나리오다.

■57세 이하·70허우는 후보군 존재

다음 아래 권력집단인 중앙위원회 위원 205명(중앙정치국 위원 24명 포함)까지 내려가면 57세 이하 인물 22명을 찾을 수 있다. 시진핑 10년 집권과 7상8하 관례 요건을 모두 만족시킨다. 5년 뒤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하고 다시 10년 뒤 상무위원으로 고속 승진할 경우 포스트 후보자 가능성이 있다.

△왕즈쥔 헤이룽장성 당 부서기 △예젠춘 장시성 당 부서기 △리우웨이 지린성 당 부서기 △쉬쿤링 장쑤성 당 부서기 △리러청 랴오닝성 당 부서기 △천강 중화전국총공회 당서기 △저우주이 인력자원과 사회보장부 당서기 △멍판리 광둥성 당 부서기 △자오이더 산시성 당 부서기 △황젠파 저장성 당 부서기 △청리화(여) 안후이성 당 부서기 등이 57세다.

또 △친강(56) 주미 대사 △왕셔우원(56) 상무부 당 부서기 △우샤오쥔(56) 칭하이성 당 부서기 △루하오(55) 국무원발전연구중심 주임 △자오룽(55) 푸젠성 당 부서기 △창팅치우(55) 중국인민해방군 공군사령관 △션하이슝(55) 중앙선전부 부부장 △자오강(54) 산시성 당 부서기 △쭝샤오쥔(54) 중앙군사위 판공청 주임 △인융(53) 베이징시 대리시장(시장권한대행) △허쥔커(53) 공산주의청년단 중앙서기처 제1서기 등도 후보군으로 볼 수 있다.

이들 가운데 누가 시 주석과 각별한 연결 고리를 맺고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자오이더는 시 주석이 저장성 당 부서기를 할 때인 2002~2006년 공청단 저장성위원회 부서기와 공산청년동맹 저장성위원회 서기를 맡았다는 이력이 있다. 인융은 시 주석과 같은 칭화대 출신이며 차이치 상무위원의 지지를 받고 있다. 션하이슝은 2007년 시 주석의 상하이시 당서기 시절 신화통신 상하이 지부장과 당 지도부 부서기를 지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국 20차 당 대회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7상8하, 5년 연임, 10년 연임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면서 포스트 시진핑 후보자를 분석·관찰해 미래 한중관계의 인적 자산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향후 고속 승진을 하면서 중앙당교 교장, 중앙서기처 서기, 부주석 등 요직을 두루 거치는 인물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시 주석은 2012년 당 총서기가 되기 전에 5년 동안 상무위원을 지냈고 그 전임자였던 후진타오와 장쩌민도 마찬가지였다. 또 최고 지도자로 오르기 위해선 후보자는 적어도 하나의 중요한 시장을 운영하고 베이징에서 핵심 직위를 채워야 한다. 시 주석의 경우 저장성과 상하이 당 서기를 거쳤고 중앙서기처 서기도 맡았다.

성균관중국연구소는 "공청단 중앙 제1서기를 역임한 루하오가 중앙위원에 재선임되고 허쥔커가 재진입한 것은 공청단 세력의 원천 제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대신 정치국 후보위원에 스광후이, 양진바이 등 20여명이 넘는 '70허우'(70년 이후 출생자)들이 들어가면서 향후 세대교체를 통한 후계구도 형성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누구도 포스트 시진핑 후보로 지목되길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는 곧 시 주석의 집권 장기화를 의미하며 '노(NO)'라고 말할 수 없는 이번 인사와도 상통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대학의 중국 엘리트 정치학 전문가인 빅터 시는 SCMP에 "마오쩌둥의 후계자들은 끔찍한 상황에서 사망하거나 삶을 교도소에서 보냈다"면서 "분명히 아무도 (시 주석의)권위에 도전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고 시 주석은 4선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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