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중 시민들, 검열 피해 광둥어로 소셜미디어에서 정부 비판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13 05:39

수정 2022.11.13 05:39

[파이낸셜뉴스]
중국 베이징에서 3일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EPA연합
중국 베이징에서 3일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EPA연합

중국 시민들이 당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감을 광둥어로 표현하고 있다고 CNN이 1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당국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서다.

베이징을 비롯해 대부분 중국에서 쓰는 표준 중국어(만다린)로 소셜미디어에서 당국을 비판하면 바로 검열에 걸려 사라지지만 광둥어로 올리면 검열을 오랫동안 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둥성을 비롯한 중국 남부 지방과 홍콩 등에서 사용하는 광둥어로 포스트를 올리면 미처 검열당국에 걸러지지 않고 최소 수일은 올라가 있다고 CNN은 전했다.


특히 인구 1900만명의 국제 제조업 허브도시인 광저우는 중국 코로나19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봉쇄가 거듭되자 주민들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광둥어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 주민은 7일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4월에 봉쇄됐고, 다시 11월에도 봉쇄됐다"면서 "정부는 보조금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를 향해 "내 월세가 공짜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반문했다.

다른 사용자들도 정부에 "지옥으로나 꺼져라"라고 악담을 퍼부었고, 어떤 이들은 거친 표현을 동원해 당국이 "난센스를 퍼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소셜미디어 포스트는 이례적인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소셜미디어에서 즉각적인 봉쇄, 대규모 검사, 대대적인 역학조사, 감염자 즉각 격리 등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해 수위 높은 비판이 이뤄지고 있는데다 이같은 포스트가 즉각 검열에 걸려 삭제되는 것과 달리 오랫동안 소셜미디어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 비결(?)은 바로 광둥어에 있다.

대부분 검열시스템들이 표준 중국어를 쓰기 때문에 광둥어로 올린 포스트의 뜻을 완전히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수일간 포스트가 지속되기도 한다.

CNN은 남부 사투리인 광둥어가 검열을 피하면서 광둥어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 본부가 있는 독립 언론감시단체 차이나디지털타임스(CDT)는 9월 중국의 광둥지방에서 대규모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광둥어 포스트들이 무수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CDT는 아마도 웨이보의 검열 시스템이 광둥어 한자를 인식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광둥어 사용자들이 아주 신랄하고, 과감하며 직설적인 단어들을 동원해 정부를 비판해도 포스트들이 살아 남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DT는 같은 내용을 표준 중국어로 썼다면 곧바로 차단되거나 삭제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9년 홍콩의 반정부 시위에서도 시위대는 당국의 검열을 피해 광둥어로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홍콩에서 언어정치학을 공부한 캐나다 퀘백주의 텔룩대(Universite TELUQ) 정치학 조교수 장-프랑수아 듀프레는 중국 정부의 검열에 맞서 시민들이 '창조적인' 비판 방법들을 고안해내고 있다면서 표준 중국어가 아닌 말로 서로 소통해 온라인 검열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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