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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 후폭풍] 피해 어디까지? 기관 투자자들도 코인시장 등 돌려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14 16:03

수정 2022.11.14 16:03

[파이낸셜뉴스]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 파산 이후 바이낸스를 비롯해 전세계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줄줄이 '유동성 위기가 없음을 증명하겠다'며 투자자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세계 10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크립토닷컴에 수상한 송금 내역이 알려져 고객 인출 사태가 빚어지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로 가상자산 시장의 취약성이 확인되면서 월가 기관 투자자들은 가상자산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발을 빼고 있다.

■전세계 거래소 '준비금 증명' 나섰지만 시장 불신 여전
14일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전세계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FTX 파산 이후 보유자금을 다른 투자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금 증명'에 나서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신뢰가 무너지자 다른 거래소들에서도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크립토닷컴, 게이트아이오, 쿠코인, 폴로닉스, 비트겟, 후오비, OKX, 비트멕스 등이 준비금 증명에 동참했다.


그러나 크립토닷컴은 준비금 증명 직후 논란에 휩싸이면서 시장은 다시 혼돈에 휩싸였다. 크립토닷컴이 자체 계좌에서 4억달러어치 이더리움 32만개를 게이트아이오로 송금했다가 서로 부족한 자금을 빌려주며 고객 돈으로 ‘돌려 막기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창펑자오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지갑(계좌) 내 예치금을 증명하기 전에 높은 금액이 오고 갔다면 위험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크리스 마잘렉 크립토닷컴 CEO는 즉각 출금이 쉽지 않은 오프라인 지갑인 새로운 '콜드 스토리지(cold storage)'에 옮겨질 예정이었던 이더리움이 다른 계좌로 잘못 송금이 됐다며 송금된 이더리움을 다시 회수했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8분 기준 크립토닷컴의 발행 코인인 크로노스는 24시간 전보다 15% 넘게 급락 중이다.

■기관 투자자들 손실 '눈덩이'..투자자산서 제외
가상자산 업계의 취약성이 잇따라 부각되면서 월가 기관 투자자들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대를 접는 분위기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가상자산이 급등하면서 월가에서 낙관론이 쏟아졌지만 이젠 불신과 공포가 자리 잡고 있고 있다.

지난해 10월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등 가상자산 투자가 제도권에 급속히 진입했다. 이에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1월 역대 최고가인 6만70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월가 기관 투자자들은 대체투자 상품으로 비트코인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키기 시작했다. 글로벌 헤지펀드 브리지워터는 올해 1월 기준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의 5%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JP모건은 장기적으로 가상자산이 금을 대체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14만6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FTX 사태로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됐다. 테라·루나 코인 붕괴와 셀시어스, 스리애로우 등 가상자산 대출·투자업체의 파산에 이어 FTX의 파산신청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가상자산 생태계의 생존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FTX 사태로 만만찮은 손실을 본 것도 기관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는 이유다.

FTX에 투자한 기관 투자자들은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캐나다 온타리오 교사 연금,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등으로 광범위하다.

소프트뱅크의 경우 비전펀드를 통해 약 1억달러 가까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산하 투자 자회사 삼성넥스트도 지난해 4억2000만달러 규모의 FTX 펀딩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루베이 에셋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마크 다우딩은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 될 것이란 주장은 거짓일 뿐"이라며 "더 많은 투자자가 이탈하고 가격이 또다시 급락하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라고 예상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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