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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직원·점포 '다이어트'...생산성·수익 창출력 커졌다

이승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04 18:08

수정 2022.12.04 18:08

1인당 충당금 적립전 이익 2억대
영업점당 예수금·대출금도 증가
은행별 직원 수가 수백명 줄었지만 인당 생산성은 오히려 늘었다. 시중은행 직원 1인당 충당금 적립 전 이익이 평균 2억원대로 올라서고 인터넷은행은 3억원도 넘겼다. 직원·영업점 수와 은행 생산성과의 디커플링(비동조화)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4일 시중은행 3·4분기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대부분은 지난 1년 동안 세자릿수 인력감축을 실시했다. 하나은행 직원 수가 622명(1만1382명→1만760명) 줄어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우리은행(-571명), 국민은행(-258명), 신한은행(-203명) 순이었다.
농협은행만 직원 수를 1년 전에 비해 15명(1만3400명→1만3415명) 늘렸다.

이런 가운데 직원 한 명이 벌어들인 충당금 적립 전 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일제히 늘어 평균 2억원을 상회했다. 충당금 적립 전 이익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더한 값에서 판매비, 관리비 등 비용을 제한 금액이다. 건물이나 지분 매각, 충당금 환입액 등 일회성 요인이 포함되지 않아 은행의 수익창출력을 잘 나타내준다.

직원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하나은행에서 직원 1인당 생산성이 가장 높고 증가폭도 가장 컸다. 지난해 3·4분기에는 직원 한 명이 2억700만원가량 이익을 냈는데 올해에는 2억6600만원으로 5900만원 늘었다.

신한은행은 기존 1억9000만원에서 2억4500만원으로 5500만원 늘었다. 우리은행은 1억7900만원에서 2억2200만원으로 4200만원, 국민은행은 1억8300만원에서 2억500만원으로 2200만원 증가했다. 5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직원 수가 늘었던 농협은행에서도 1인당 생산성은 3400만원 늘었다.

점포 생산성도 추이가 비슷했다. 5대 은행 모두 지난해에 비해 영업점 수를 줄였는데 영업점당 예수금 및 대출금은 증가했다. 지난 1년간 줄어든 영업점 수는 신한은행(-101개), 우리은행(-69개), 국민은행(-62개), 하나은행(-41개), 농협은행(-6개) 순으로 많았다.

이런 가운데 영업점 1곳당 예수금은 은행별로 최소 290억원에서 최대 1114억원까지도 늘었다. 대출금은 최소 178억원에서 최대 794억원 늘었다. 특히 영업점을 가장 많이 줄인 신한은행에서 1곳당 예수금과 대출금이 가장 크게 늘었다. 가장 적게 줄인 농협은행에서 예수금 및 대출금 증가폭이 가장 작았다.

이는 직원 수 및 영업점 수와 은행 생산성의 디커플링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직원과 영업점 수가 더 이상 은행 수익성을 담보하지 않고 오히려 역의 관계를 갖게 된 것이다. 은행 업무 대부분을 기계로 처리할 수 있는 데다 특히 모바일뱅킹이 발달하면서다. 그간 은행들이 오프라인 규모를 꾸준히 축소해온 이유로도 해석된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국내은행 19곳 가운데 올 3·4분기 직원 1인당 생산성 1·2등은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나란히 차지했다.
케이뱅크는 3억7000만원, 카카오뱅크는 3억2800만원이었다. 이들 은행은 직원 수를 늘리는 추세다.
지난 1·4분기에는 카카오뱅크가 전체 은행 중 1등이었는데 올 2·4분기 케이뱅크가 이 자리를 가로챘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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