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고조로 신탁사들이 재개발사업의 시행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와 자금조달 시장의 불안정으로 PF대출 장벽이 높아지면서 재개발 사업지들이 조합대신 신용가 높은 신탁사에 시행을 맡기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차단하고 복잡한 인허가 절차도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신탁방식을 통한 정비사업 추진은 통상적으로 전체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비례해 이익을 가져가기 때문에 조합 분담금 상승하지만 안정적인 자금조달과 사업기간 단축, 비용 감소, 시공사와 조합간 정보 불균형이 해소 등으로 신탁방식의 정비사업이 선택하는 곳이 늘고 있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토지신탁은 무궁화신탁과 공동으로 안산중앙주공6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의 공동사업시행자로 지정됐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부동산 신탁사가 조합 대신 재건축·재개발 등의 시행을 도맡아 사업을 주도하는 방식이다. 지난 2016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개정되면서부터 국내 주요신탁사들은 정비사업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조합 내분 등으로 인한 사업지연을 예방할 수 있고 신탁사의 자체자금 또는 신용보강을 통해 원활한 자금조달이 가능해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다만, 3% 내외의 신탁수수료 부담으로 기존에는 조합들이 꺼려했다.
국내 한 신탁사 관계자는 "복잡한 행정절차나 의견조율 실패로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하지만 신탁방식을 통하면 기간이 단축되므로 결과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아끼게 되는 것"이라며 "또 일반 조합과 달리 전문가가 나서다보니 사업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PF대출을 일으키기 어려운 현 시점에서 높은 신용도로 자금조달이 가능한 신탁사는 시행의 최적의 대상"이라며 "대규모 단지일수록 조합원들 간 의견 조율도 힘들어 신탁 대행방식을 고려 중인 곳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신탁사들 중 가장 큰 규모로 정비사업 대행을 진행하는 곳은 한국토지신탁이다.
한국토지신탁은 현재 총 3만1903가구 규모의 정비 대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국내 최초로 신탁방식을 통한 대단지 아파트 '대전용운 e편한세상 에코포레'의 정비 사업을 완료시키기도 했다. 이 곳은 신탁 대행자로 선정된 후 약 4년10개월 만에 입주까지 마쳤다.
한국자산신탁은 총 1만7387가구 규모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자산신탁은 여의도 시범, 수정, 광장 아파트의 정비사업 신탁 시행자로 선정해 각각 신속통합기획을 통한 정비계획 변경과 안전진단 완료 등의 절차 진행 단계에 있다.
약 4000가구 규모의 신탁 정비사업을 대행 중인 코람코의 경우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454-3번지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 수주가 가장 최근이다. 이 사업은 한경변에 인접한 노후주택단지로, 단독주택 및 다세대주택 토지등의 소유자를 모아 지하2층~지상15층 아파트 3개동 총 218가구와 약 1500㎡(450평) 규모의 근린생활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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