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이어진 역설적 파장이 퍽 흥미롭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외려 반등하는 추세라서다. 12월 들어 모든 여론조사에 국정 지지율이 30%대로 올라섰고, 일부 조사에선(8일 여론조사 공정, 19일 리얼미터) 몇 달 만에 40%를 돌파했다.
그사이 이태원 참사, 민주노총이 주도한 과격 노동쟁의 등 각종 악재도 있었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야권의 무차별 공세도 꼬리를 물었다. 가짜뉴스로 판명된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기가 단적인 사례다.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아동환자를 면담하자 '빈곤 포르노'란 억지 프레임을 씌운 것도 매한가지다.
그럼에도 대통령 지지율은 상승 기류를 탔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윤 대통령의 원칙 있는 대응이 일차적 상승요인으로 꼽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자 보수 지지층이 여론조사에 적극 응답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불완전한 설명이다. 진보 혹은 좌파 지지층 또한 결집했을 것이므로.
그런 맥락에서 지난 5일자 리얼미터 조사가 눈에 띈다. 윤 대통령 지지율(38.9%)이 국민의힘 지지율(38.8%)을 다시 추월했다는 대목이다. 임기 초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의 그것을 밑돌던 이례적 현상이 '정상화'된 것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 중단으로 '본인 리스크'를 줄인 덕분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 후 195일간 61회나 도어스테핑을 했다. 하지만 되레 지지율만 까먹었다. 인사검증 실패나 편중을 비판하자 "전 정권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 "과거엔 (검찰 아닌) 민변 출신으로 도배를 했다"라는 등 정제 안 된 언사로 반응하면서다. "미디어(자체가)가 메시지다"라는 마셜 매클루언의 명언을 상기한다면 격앙된 어조나 제스처, 표정도 감점요인이었을 법하다.
도어스테핑은 원천적으로 메시지 오류 사고를 낼 소지가 다분하다. 즉흥성 때문이다. 지미 카터에 이어 집권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공화당)의 비화를 보라. 임기 초 회견에서 불경기의 책임을 경제를 거덜 낸 민주당 정권에 돌리던 그에게 한 기자가 "각하가 책임질 일은 없습니까?"라고 돌직구를 던졌다. '위대한 소통가'란 명성대로 레이건이 "있고말고요. 저도 오랫동안 민주당원이었거든요"라고 노련하게 받아넘겼지만.
레이건뿐 아니라 존 F 케네디 등 연설역량이 출중한 대통령들조차 도어스테핑에 신중했다. 보통 참모들과 충분한 도상 연습 뒤 선택적으로 응했다. 미국보다 진영갈등과 '언론의 정치화'가 극심한 한국에서 윤 대통령이 무모한 실험을 한 셈이다.
물론 국민의 알 권리 신장 차원에서 도어스테핑은 명분 있는 선택이다. 하지만 정교한 사전 준비가 없다면 헛수고다. 월드컵에서 '빌드업' 과정 없이 상대 골문으로 무작정 달려가는 '뻥 축구'를 하는 것처럼.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그저 언론과의 접촉 빈도를 늘리는 데만 집착할 게 아니라 잘 다듬어진 국정비전을 보다 진솔하게 국민에게 전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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