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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반 대중성 반, JYP의 성공 공식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29 01:00

수정 2022.12.2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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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터차트’로 돌아다본 K팝 역사 - JYP엔터테인먼트 편
한터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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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는 한터차트와 함께 K팝의 세계화를 이끈 기획사를 중심으로 K팝의 역사를 살펴본다. 30년 역사의 한터차트는 케이팝 빅데이터를 집계하는 세계 유일의 실시간 음악차트로 내년 2월 ‘30주년 한터뮤직어워즈 2022'를 개최한다. -편집자주

JYP엔터테인먼트의 설립자이자 수장인 박진영에게는 ‘소리 반, 공기 반’이라는 발성 공식도 있지만 ‘파격 반, 대중성 반’이라는 성공의 공식도 있다. 지난 30년간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이는 더욱 선명해진다.

박진영 자신부터 시작해 지오디(god), 박지윤, 비, 원더걸스, 2AM, 2PM, 미스에이(miss A), 트와이스, 갓세븐(GOT7),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 있지(ITZY), 엔믹스(NMIXX)까지, JYP 소속 아티스트들의 이력을 따라가다 보면 국민적 열풍을 일으켰던 히트곡들이 하나 둘씩 떠오른다. 말인즉슨, 노래를 발매하는 족족 흥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전설은 ‘파격’에서 시작되었다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1994년 솔로 가수로 데뷔한 박진영은 당시 굉장한 파격을 지향했다. 미국 음악, 그중에서도 특히 흑인 음악에 영향을 받은 음악 스타일부터, 과감한 댄스와 패션까지 당대 가요계를 들썩이게 했다.

28일 한터차트에 따르면 1995년 2집 ‘딴따라’로 연간 판매량 83만 장, 같은 해 1집 ‘블루 시티(Blue City)’는 47만 장의 앨범 판매고를 올리며 도합 130만 장의 연간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후 박진영은 1997년 3집 ‘썸머 징글벨’로 72만 장의 연간 판매량을, 1998년 4집 ‘십년이 지나도’로 70만 장의 연간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가수로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가수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 나가던 박진영은 1997년, JYP엔터테인먼트 법인을 설립하고 프로듀서와 경영자의 길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그가 기획한 첫 아티스트가 바로 ‘국민그룹’ 지오디였다.

■ 실험과 정착의 시기, 2000년대 초반

1999년 데뷔한 지오디는 데뷔 초반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특유의 친근한 모습과 박진영의 프로듀싱 능력이 가미되어 인기를 넓혔고, 급기야 ‘국민그룹’이라는 수식어답게 쉬운 멜로디와 대중의 마음을 울리는 가사로 톱그룹으로 도약한다.

지오디 (JYP엔터테인먼트)
지오디 (JYP엔터테인먼트)

지오디 'Chapter 3' (JYP엔터테인먼트)
지오디 'Chapter 3' (JYP엔터테인먼트)


한터차트에 따르면 2000년에는 2집 ‘챕터 2(Chapter 2)’와 3집 ‘챕터 3(Chapter 3)’으로 연간 앨범 판매량 192만 3792장을 기록, 연간 아티스트 차트 2위에 올랐다. 2001년에는 3집 ‘챕터 3(Chapter 3)’와 4집 ‘챕터 4(Chapter 4)’로 연간 앨범 판매량 197만 5347장을 기록하며 연간 아티스트 차트 1위에 올랐다(해당 년도 1위는 다양한 아티스트(V.A.)의 묶음 앨범으로, 단일 아티스트로서는 지오디가 1위다).

2000년 JYP에 합류한 박지윤은 ‘성인식’을 시작으로 매 앨범 색다른 콘셉트로 대중을 사로잡아 연간 판매량 39만 9143장의 기록을 낳았다. 가수마다 다른 전략으로 대중성을 잡았던 박진영의 프로듀싱 능력이 돋보인 시기였다.

2002년에는 노래와 댄스 실력을 갖춘 솔로 가수 비가 데뷔했다. 비 또한 2002년 연간 판매량 13만 8125장을 달성하는 등 데뷔부터 대중의 주목과 사랑을 받았다. 이후에도 별, 노을, 임정희 등 JYP가 추구하는 흑인 음악이나 보컬이 강조된 아티스트를 데뷔시키며 JYP만의 색깔을 이어갔다.

■ JYP가 하면 센세이션 '원더걸스 열풍'

2007년 SM엔터테인먼트가 소녀시대를 내놨다면 JYP는 자사 최초로 걸그룹 원더걸스(Wonder Girls)를 선보였다. 정규 1집 타이틀곡 '텔미(Tell Me)'는 말 그대로 가요계에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곡과 안무, 그리고 레트로한 콘셉트는 대중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원더걸스 'Nobody' (JYP엔터테인먼트)
원더걸스 'Nobody' (JYP엔터테인먼트)


원더걸스는 한터차트의 연간 아티스트 차트에서 2007년 19위에서 2008년 3위(판매량 31만 9896장)로 단숨에 수직 상승했다(OST 음반 부문 제외).

특히나 2008년에는 빅뱅, 동방신기 등 남성 아티스트가 우세했던 시기로, 원더걸스는 여성 아티스트 중 유일하게 연간차트 10위 내에 이름을 올렸다. 이렇게 원더걸스는 '쏘 핫(So Hot)', '노바디(Nobody)'까지 연이어 흥행시키며 말 그대로 '국민 걸그룹'에 자리하게 된다.

2008년에는 JYP 신인육성 프로젝트 '열혈남아'를 통해 만들어진 투에이엠(2AM)과 투피엠(2PM)이 등장한다. 두 그룹 모두 데뷔 때부터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기 시작했는데, 특히 2PM은 '어게인 앤 어게인 (Again & Again)'으로 시작해 '하트비트(Heartbeat)'까지 제대로 히트를 치며 2009년에는 한터차트 연간 6위(OST 부문과 V.A. 아티스트 부문 제외)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2010년에는 연간 차트 10위 내에 2PM(6위), 2AM(10위)이 모두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거두었다.

2PM 'Again&Again' (JYP엔터테인먼트)
2PM 'Again&Again' (JYP엔터테인먼트)


특히 원더걸스의 흥행과 더불어 2AM은 발라드 그룹으로, 2PM은 댄스 그룹으로 콘셉트를 달리해 2000년대 후반 가요계를 휩쓸었다. 이는 JYP가 추구한 아티스트 색깔이 대중에게 통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JYP는 국내에 그치지 않고 이후 원더걸스를 주축으로 하여 소속 아티스트를 해외, 특히 미국 시장에 소개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기반이 훗날 3세대 아티스트들이 아시아권 이외의 국가에 소개되고 팬들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주춧돌이 됐다.

■ 디지털 시장 → 글로벌 시장까지 정복

2010년 원더걸스 이후 첫 걸그룹인 '미쓰에이(miss A)'가 데뷔하는데, 이들 역시 데뷔곡 '배드 걸 굿 걸(Bad Girl Good Girl)'부터 각종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 2AM은 '죽어도 못 보내'를, 2PM도 '아이 윌 비 백(I'll Be Back)' 등의 히트곡을 발매하며 JYP 소속 아티스트 모두 호성적을 거둔다.

미쓰에이는 데뷔곡 이후 발매한 '굿 바이 베이비(Good-Bye Baby)'까지 계속해서 흥행 루틴을 타게 된다. JYP는 이렇게 디지털 음원 시장까지 정복했다.

2PM 이후 첫 보이그룹 갓세븐(GOT7)이 데뷔한 것은 2014년이었다. 갓세븐은 데뷔 이후 특히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단단한 팬덤을 확보했다. 2014년 13만 3657장의 음반 판매량으로 연간 아티스트 차트 11위였던 갓세븐은 2015년 7위, 2016년 5위, 2018년 4위 등 상승 추세를 탔다. 2018년에는 72만 8358장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갓세븐 이후에도 2015년 데이식스(DAY6)와 트와이스(TWICE)가 데뷔하는데, 두 그룹 모두 데뷔부터 흥행했다.

트와이스 (JYP엔터테인먼트)
트와이스 (JYP엔터테인먼트)


트와이스는 컴백하는 족족 음원차트 순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특이한 점은 트와이스는 걸그룹임에도 불구하고 음원뿐만 아니라 음반 시장에서도 활약했다는 점이다. 2016년 트와이스는 단숨에 한터차트 연간 아티스트 4위, 2017년과 2018년은 5위, 2019년에는 4위 등 오랜 기간 연간차트 순위권 내에 진입했다.

한터차트 측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내내 연간 차트에서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걸그룹은 트와이스가 유일하다"며 "방탄소년단, 엑소, 워너원 등 보이그룹의 활약이 대단했던 음반 차트에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유일한 걸그룹으로서 그 파워가 대단했다"고 말했다.

트와이스는 또한 일본,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권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연간 음반 판매량에서도 2015년 3만 2908장에서 2021년 79만 3048장까지 치솟으며, 그야말로 성장의 정석을 보여줬다.

■ JYP에게 쉼은 없다, 성장만 있을 뿐?

2018년 갓세븐 이후 4년 만에 보이그룹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가 정식 데뷔한다. 스트레이 키즈는 7년차 연습생이었던 방찬이 팀 멤버를 구성했다는 점에서 다른 아이돌과는 차별점이 있다. 이들 또한 글로벌이 선호하는 강렬한 음악 색깔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최근 발매한 미니 7집 '맥시던트(MAXIDENT)'는 초동 216만 장을 돌파하며 역대 케이팝 초동 판매량 4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어 2019년 데뷔한 있지(ITZY)도 꾸준한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7월 발매한 미니 5집 '체크메이트(CHECKMATE)'는 전작과 비교했을 때에 약 2배 상승한 초동 기록을 보여주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줬다. 최근 발매한 '체셔(CHESHIRE)' 앨범은 초동 판매량 63만 3248장으로 약 1.3배 성장했다.

스트레이 키즈 (JYP엔터테인먼트)
스트레이 키즈 (JYP엔터테인먼트)

2020년에는 일본에서 데뷔한 신인 걸그룹 니쥬(NiziU)가 새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니쥬는 프리데뷔곡 '메이크 유 해피(Make you happy)' 뮤직비디오로 유튜브 조회수 3억 회를 돌파하며 '일본인 여성 그룹 첫 뮤비 조회 수 3억 돌파'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저력을 토대로 2020년과 2021년 일본 레코드 대상과 일본 골드 디스크 대상,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 재팬 등의 현지 시상식에서 수상의 쾌거를 거두며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Xdinary Heroes)는 JYP가 데이식스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보이밴드로, 2021년 데뷔하여 글로벌 성장세를 서서히 보여주고 있다. 데뷔 타이틀곡인 ‘해피 데쓰 데이(Happy Death Day)’는 현재 2200만 회의 뮤직비디오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에는 미니 2집 ‘오버로드(Overload)’로 ‘한터차트 주간 글로벌 인증차트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데뷔 1년 만에 첫 단독 콘서트를 성료하는 등 글로벌 팬심을 꽉 잡았다.

있지 (JYP엔터테인먼트)
있지 (JYP엔터테인먼트)


마지막으로 올해 데뷔한 엔믹스(NMIXX)도 호성적을 연달아 기록 중이다. 2월에 발매한 첫 앨범 ‘애드 마레(AD MARE)’는 당시 초동 판매량 22만 7399장을 기록하며 역대 걸그룹 데뷔 앨범 초동 기록을 새로 쓰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더해 지난 9월에 발매한 ‘엔트워프(ENTWURF)’는 초동 판매량 44만 2207장을 기록하며, 반 년 만에 약 2배의 성장세를 보여줬다.
걸그룹 명가라고도 불리는 JYP의 차세대 주자로서 손색없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이처럼 계속해서 다양한 장르, 다양한 색깔의 그룹들을 데뷔시키며 케이팝 산업 내에서 본인들만의 색으로 경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지난 30년간, JYP에게 쉼은 없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JYP엔터테인먼트)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JYP엔터테인먼트)

엔믹스 (JYP엔터테인먼트)
엔믹스 (JYP엔터테인먼트)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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