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수년째 낮잠 자는 구하라법…수십년간 양육 외면한 모친에 사망보험금 모두 주라는 법원

최재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03 05:00

수정 2023.01.03 05:00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뉴스1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뉴스1
[파이낸셜뉴스] 최근 무려 54년간 친자식을 나몰라라 해놓고 자녀가 사망하자 홀연히 나타나 사망보험금 지급을 요구한 친부모에게 법원이 지급을 인정하는 1심 판결이 나왔다. 고인 친누나가 생모가 어머니 자격이 없다며 유족보상금 지급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생모가 소송을 걸자 법원이 친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시중 여론은 사회통념상 양육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친부모에게 사망한 자녀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데 대해 반대 여론이 많은 편이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현행법상 친부모의 주장을 반박할 근거가 마뜩치 않아서다. 법률적 판단과 도덕적 기준 간의 괴리를 메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한 번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부양의무 저버리면 상속권 박탈해야"

2일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이른바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실에 의하면, 지난 달 부산지법은 아들의 사망보험금 약 2억4000만원을 지급해 달라는 80대 A씨의 청구를 인용했다. 하지만 A씨가 아들이 3살때 재혼해 떠난 후 한번도 연락이 없다가 아들이 사고로 사망하자 54년만에 나타나 아들의 사망 보험금을 지급해달라고 한 데 대해 비판여론이 들끓었다. 고인의 친누나가 생모에 대한 유족보상금 지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A씨 청구가 인용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 의원실은 고인의 친누나가 "자식을 버리고 평생 연락도 없다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 나타난 사람을 어머니라 할 수 없다"며 "1심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을 비롯해 과거 천안함 사건과 세월호 참사 등에서도 사망한 고인을 둘러싼 이 같은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구하라법'이 올해에는 반드시 통과돼 친부모라는 이유로 양육도 하지 않았는데 보험금을 상속받는 불합리한 제도가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의원이 대표발의한 '구하라법'은 재산을 상속받을 사람이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에 대한 양육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거나 범죄행위를 한 경우, 학대 또는 심각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자녀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게 부모의 상속 자격을 박탈하는 게 골자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자녀양육을 하지 않은 부보가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서영교 의원 "구하라법 올핸 꼭 통과돼야"

지난 2019년 세상을 떠난 가수 구하라씨가 사망 이후 20여년간 연락을 끊고 지냈던 구씨 생모가 유산의 절반을 요구하면서 사회문제화 됐다. 구씨의 오빠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부당함을 호소했고 구씨 생모를 질타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일명 '구하라법'의 입법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발의 이후 수년이 지나도록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채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당초에 양육을 소홀히 했다는 점을 증명하기 어려운 데다 상속결격 사유가 인정된다고 해도 상속을 둘러싼 또 다른 법적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는 점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법무부도 해당 사안에 대해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해 민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자신을 돌보지 않은 부모에게 자녀가 소송을 걸어 승소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는 점에서 서 의원이 발의한 구하라법과는 차이가 있다.

서 의원실은 "올해에는 반드시 구하라법이 통과돼 안타까운 상황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육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는 자녀의 유산을 상속받을 자격이 없다"며 "더 이상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구하라법 통과에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법무부의 민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서 의원은 "법무부는 자신을 돌보지 않은 부모에게 소송을 걸어야 하는 방식을 주장하는데 이는 자녀에게 2차 가해를 주는 것"이라며 "법무부의 '상속권상실제도'로는 국민을 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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