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11월 법인파산 445건
회생 282건… 전년보다 10건↓
건설·부동산 시장 얼어붙으면서
기자재·창호업체까지 연쇄 타격
#. 30년의 업력을 보유한 수도권 내 A 중견 건설사는 최근 금리인상 기조 속 분양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도산 위기에 처했다. 미수금만 200억원을 훌쩍 넘었다. 원자재 값 인상으로 과거 수주 물량은 오히려 손실 처리해야 할 상황이다. 턱밑까지 차오른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A사는 법인 회생을 신청했다.
회생 282건… 전년보다 10건↓
건설·부동산 시장 얼어붙으면서
기자재·창호업체까지 연쇄 타격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관련 업체들의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법원 통계 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7~11월 서울회생법원 등 전국 각지 법원에 접수된 법인파산 사건은 445건으로, 2020년 같은 기간(420건)과 비교해 6%가량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363건)과 비교하면 22.6% 늘어난 수치다.
반면 지급 불능·파산 우려에 직면한 기업들의 채무를 조정해주는 법인 회생 신청 건수는 2020년 7~11월 292건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282건으로 오히려 줄었다. 한 회생·파산 전문 변호사는 "지난해 10~11월부터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8~9월과 비교해 3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채무 조정을 통해 재기를 노릴 수 있는 회생제도 이용보다 파산 신청이 더 많다는 점을 심각하게 본다. 박시형 대한변호사협회 도산변호사회 부회장(법무법인 선경 대표변호사)은 "회생 신청을 하려면 채무를 넘어서는 영업이익이 발생해야 하는데, 이미 금융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회생 신청을 할 수 있는 기업 자체가 많지 않다"며 "회생을 검토했던 기업들도 파산을 신청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금리 인상 타격을 받은 건설업을 시작으로 경제 위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출 규모가 큰 부동산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곧 투자 심리와 직결되는 데다, 관련업체도 수천 곳에 달하는 만큼 연쇄 작용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봉규 문앤김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건설사가 휘청이면 기자재·운송·창호·상하수도업체 등 관련 업체들도 줄줄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 초부터 금리 인상 여파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법원 회생·파산위원회도 취약계층 채무자 등을 위한 신속한 도산 절차 마련을 대법원에 권고했다.
한 회생·파산 전문 변호사는 "상환 유예와 및 만기 연장이 중단되고 신규대출까지 막힌 상황에서 금리 인상 영향은 내년 초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며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기업들이 올 초부터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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