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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눈치싸움에.. '전기차 보조금' 누더기 되나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17 05:00

수정 2023.01.17 05:00

환경부, 개편안 공개 하루 앞두고 돌연 연기
광명 오토랜드 이피트 전기차 충전소. /연합뉴스
광명 오토랜드 이피트 전기차 충전소.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환경부가 올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 공개를 돌연 연기한 가운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국산 전기차와 수입 전기차 보조금을 차등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던 가운데 이해관계자와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개편안 발표를 연기한 것.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 중국과의 통상 마찰을 우려해 발표를 연기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 원안 내용은?

16일 환경부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은 100% 보조금 지급 기준을 기존 5500만원에서 5700만원으로 올리되 차량가격뿐만 아니라 사후관리, 충전인프라 등 기준을 신설하는 것이 주요 골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고 보조금 상한선은 700만원에서 680만원으로 내리고, 이 중 연비보조금과 주행거리보조금의 합계 상한선을 6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다.

특히 직영 서비스센터와 정비이력·부품관리 전산시스템이 없는 제조사의 경우 연비·주행거리 보조금을 절반만 주는 방안도 거론됐다. 이는 보조금 차등지급을 통해 제조사의 사후관리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전기차의 전력을 외부에서 사용할 수 있는 'V2L' 기술이 적용된 전기차와 최근 3년간 급속충전기를 100기 이상 설치한 제조사 전기차에 보조금을 15만원 더 주는 방안도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 전기차를 판매하는 제조사 가운데 직접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현대자동차·기아 등 국산차 제조사와 수입차 업체인 테슬라가 있다. BMW나 벤츠, 아우디 등 나머지 수입차 제조사는 직접 서비스센터를 운영하지 않고 딜러사가 서비스센터를 운영한다. 따라서 개편안대로면 수입 전기차를 사는 소비자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에 불리할 수밖에 없고, 결국 구매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V2L' 등에 보조금을 적용하는 것도 국산 전기차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업계 반발·통상 갈등 우려에 연기된 개편안, 누더기되나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은 이처럼 국산전기차에 유리한 방안으로 지난 12일 열리는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하루 앞둔 지난 11일 돌연 발표가 연기됐다.

이같은 발표 연기에는 해외 전기차 업체들의 반발과 함께 미국·중국과의 통상 마찰을 우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중국업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업체들은 국고 보조금을 1대당 1억4000만 원씩 받아 전기 버스 판매 가격을 1억 원 아래로 낮췄고, 덕분에 국내 시장의 40% 넘게 점유율을 높였다.

환경부 개편안에는 에너지 밀도가 낮은 배터리를 쓰면 보조금을 깎는 내용도 존재했는데,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대부분 에너지 밀도가 낮은 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한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삼원계 배터리를 쓰는 국산에 비해 보조금이 절반으로 깎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가 대사관을 통해 항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과의 관계도 발표 연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에서 미국 정부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논의 중인 가운데, 차별적 개편안을 만들면 IRA를 비판할 명분이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조만간 발표 예정이라고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스케쥴은 밝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여기저기 눈치만 보다가 누더기 개편안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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