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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주문 호가단위 변경.. 단물은 외국인이 먹는다?

이주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28 08:00

수정 2023.01.28 08:00

13년 만의 호가단위 변경...과거 사례 보니
'5원 틱' 단타개미 줄어 변동폭 축소됐지만
기관·외국인의 시장 지배력 더 커질수도
지난 25일부터 주식 거래 호가단위가 조정됐다. 최저 호가단위가 1원으로 바뀌면서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지난 25일부터 주식 거래 호가단위가 조정됐다. 최저 호가단위가 1원으로 바뀌면서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주식 거래의 호가 단위가 13년 만에 조정되면서 가격 발견 기능, 단타 거래 감소 등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외국인과 기관의 지배력 강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13년 만의 호가 단위 변경

주식거래 호가 단위가 변경된 지난 25일 코스피가 전장보다 33.31포인트(1.39%) 오른 2,428.57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이날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주식거래 호가 단위가 변경된 지난 25일 코스피가 전장보다 33.31포인트(1.39%) 오른 2,428.57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이날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25일부터 주식거래 호가 가격 단위를 변경했다. 호가 가격 단위는 주식을 거래할 때 최소 가격변동 단위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주가 1000~2000원 미만 종목은 호가 가격 단위가 5원에서 1원으로, 1만~2만원 미만 종목은 50원에서 10원으로, 10~20만원 미만 종목은 500원에서 100원으로 각각 줄어들었다. 나머지 2000~5000원 미만 종목은 5원, 2만~5만원 미만 종목은 50원, 20~50만원 미만 종목은 500원, 50만원 이상 종목은 1000원으로 기존대로 유지된다.

예를 들어 이날 기준 16만4300원에 거래된 셀트리온은 전에는 500원 단위로 거래됐지만, 이젠 100원 단위인 16만4400원, 16만4500원에 거래할 수 있다.

거래 단위가 촘촘해지면서 가격 발견 기능과 거래 비용 절감 효과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단타 매매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지난 2010년 10월 거래소가 호가 단위를 세분화했을 때도 투기적 거래가 감소한 바 있다. 당시 거래소는 1000원 미만 저가주의 호가 가격 단위를 5원에서 1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투기 거래 줄어들 가능성...부작용도 우려

같은 해 11월 거래소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호가 가격 변경 전후 20거래일을 비교한 결과 유가증권·코스닥시장 모두 데이 트레이딩(당일 매수 후 매도)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의 경우 47.22%에서 37.67%로 9.55%p 급감했고 코스피도 38.56%에서 36.25%로 2.31%p 낮아졌다.

당시 거래소 관계자는 “과거 저가주의 호가 단위가 5원이었을 때 이른바 '틱 따먹기'라고 불리는 투기적 거래 수요가 많았다”며 “예를 들어 100원에 주식을 사들인 뒤 바로 다음 호가 단위인 105원에 팔아치우는 방식이다. 성공하면 바로 5%의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데이 트레이딩이 자주 발생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데이 트레이딩이 줄면서 일별 주가 변동성도 나아졌다. 코스닥은 시행 전 1.15%에서 시행 후 0.85%로, 코스피는 0.95%에서 0.62%로 각각 줄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단타 투자자들은 또 다른 전략을 갖고 올 수 있다”면서도 “현재 개인 투자자의 단타 성향이 우려될 정도로 높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호가 단위 변경에 대한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기관과 외국인에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매물을 쌓아두면 개인 투자자들이 벽을 뚫기가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외국인과 기관들의 지배력이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쟁적으로 호가 단위를 변경해 온 게 아니라 10여 년 만에 조정됐기 때문에 긍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면서도 "과도하게 호가를 줄였을 때의 부작용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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