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중 대립의 나비효과… 아시아 군비 증가 속도 빨라진다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19 18:39

수정 2023.02.19 18:39

시진핑·김정은發 군사 대국화
아태지역 안보지형 급변 대비
日, 가장 공격적으로 군사력 강화
2027년까지 GDP의 2%로 증액
비동맹 고수하던 아세안도 가세
미·일과 손잡고 신형무기 늘려
'21세기 화약고' 남중국해 사수
미·중 대립의 나비효과… 아시아 군비 증가 속도 빨라진다
중국의 군사 대국화와 북한의 미사일 실험 발사,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야기한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과 함께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중국과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갈수록 커지면서 극동에서 동남아시아에 이르는 지역 국가들은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잠수함을 비롯한 신형 무기 구매를 늘리고 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은 지난 30년간 매년 군비를 증가시켜왔다. 아시아의 군비 경쟁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가열될 조짐을 보이면서 지역을 화약고로 만들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핵정책 전문가 안키트 판다는 동아시아의 경우 군비 통제가 없으면서 군사력 강화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日 국방비, 2027년까지 GDP의 2%

일본은 한국과 함께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국가 중 가장 빠르게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현재 중국으로부터 받는 전략적 도전이 지금까지 직면한 것 중 가장 큰 것으로 여기고 있다. 핵으로 무장한 북한과 러시아와도 지리적으로 가깝다.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활동이 증가하는 가운데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무렵 오키나와 인근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중국의 전략미사일이 5발이 떨어지는 등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일본인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겨 전쟁 발발 직후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대상자의 55%가 국내총생산(GDP)의 1%로 제한하고 있는 국방비를 늘리는 것을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난 2018년의 19%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지난 12월에 공개한 일본의 2023년 자위대 국방예산은 6조8000억엔(약 66조원)으로 지난해보다 22%나 증액됐으며 이는 1952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세계 3위 경제대국 일본은 2027년까지 국방 예산을 40조~43조엔(약 412조원)으로 늘릴 예정이어서 GDP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동안 유지해오던 1%에서 2%로 두배 높아지게 된다.

지난해 12월 기시다 후미오 정부는 공격을 받았을 때 방위력만 행사하는 것에서 벗어나 반격 능력 강화를 포함하는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했다.

일본은 사정거리가 1250km 이상인 순항미사일 토마호크 500기를 구매하기로 하는 등 장거리 미사일 도입과 개발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방어 중심에서 벗어나 중국이나 북한, 러시아의 군사 시설물에 대한 선제 타격 능력을 갖춰 자국민을 보호하겠다는 태세다.

도쿄 국제기독교대학의 국제관계 전문가인 스티븐 네기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을 동시에 여러발 발사할 경우 방공망에 한계가 오는 것을 일본이 두려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선제 타격 방안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선제타격 능력을 갖출 경우 중국이 아닌 북한을 겨냥하는 것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아세안 신형 무기 구매, 美·日과 동맹 강화

전통적으로 비동맹을 고수하면서 현상 유지를 추구해온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도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활동을 늘리자 군비를 늘리고 군 현대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거의 대부분을 자국 영해로 간주하고 있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마찰 소지가 늘 남아있는 곳이다. 올해 초 인도네시아 정부는 나투나 열도 인근에서 천연가스를 개발하는 것을 승인해 앞으로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320㎞ EEZ 인근인 이곳은 국제법에 따라 인도네시아가 자원을 개발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중국은 본토로부터 1600㎞ 떨어진 이곳에서 조업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해저 에너지 개발이 있는 곳에 해안경비대 선박과 어선들들 자주 보내왔다.

단호해진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6년 침범한 중국 어선을 나포하려 했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 해안경비대가 저지를 하자 그 후 지역의 군사활동을 늘려왔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2월 프랑스와 라파엘 전투기 42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11월 프랑스와 스코르펜급 잠수함 2대 구매, 미국과는 F-15 전투기를 구매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전임자였던 로드리고 두테르테와 달리 중국의 자국 영해 침범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9일 일본 방문 당시 일본 자위대가 필리핀에서 자연재해 대처와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합동 훈련을 실시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함으로써 앞으로 두 나라간 더 폭넓은 군사협력을 예고했다.

마르코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양국이 사이버와 경제 안보를 강화하고 필리핀 수비크만의 시설 보완, 필리핀 해안경비대를 계속 지원하기로도 합의했다. 필리핀은 이달 자국 내 4개 군기지를 추가시켜 미군이 9곳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강해 보여야 적 도발 막을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에 아시아의 군사력 강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오판에 따른 충돌 발생도 우려되고 있다.

정치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이 2차 세계대전 발생 직전인 1930년대 유럽과 아시아·태평양의 당시 상황과 유사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만 담강대학교 국제전략연구소 린잉유 교수는 채널뉴스아시아(CNA)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경종을 울렸다"며 "모든 국가들은 자국의 국방 강화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남아시아 글로벌 연구센터의 연구원 아르잔 타라포레는 "약해 보이는 것은 적의 도발을 유발시킬 수 있다"며 "강한 군사력만이 억제력을 키우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이 어떠한 형태의 안보가 중요한지를 선택해야 한다며 "군비경쟁은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패하는 것은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강조했다.


호주 그리피스대학교의 아시아연구소 객원 연구원 피터 레이튼은 "10년 내 아시아 지역에서 주요 강대국간 전쟁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미국 및 아시아 국가들과 중국간 경제와 무역 상호의존을 활용하는 것도 군사적 충돌을 막는 길 중 하나"라고 제안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