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직접 살상 무기 지원하진 않지만 폴란드 등 주변국에 무기 판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무기 수출액은 173억 달러(약 22조 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72억5000만 달러(약 9조4000억원)에서 두 배 이상(140%) 증가한 수치다.
NYT는 “미국과 같은 전통적 무기 생산국이 생산 부족에 직면할 때 한국은 러시아를 도발하지 않으면서 빈틈을 메우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직접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으면서 전 세계적인 군비 재증강에 따른 공백을 재빨리 메우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은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우크라이나전에서 직접적 역할을 꺼리고, 수출한 무기에도 우크라이나에 유입되지 않도록 재판매 금지를 비롯한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NYT는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달라고 호소했으나 한국은 줄타기를 계속했다”며 “미국과의 확고한 동맹과 자국의 국가적·경제적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잡았다”라고 평가했다.
NYT는 “냉전 종식 후 군대와 무기 생산 능력을 축소한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과 달리 한국은 자국 군대의 수요를 맞추고 북한을 방어하기 위해 강력한 국내 방산 공급망을 유지해 왔다”라며 “러시아의 침공 이후 미국 등의 무기 공급업체가 심각한 생산 부족에 직면했을 때 무기 구매자들이 한국을 대안으로 찾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NYT는 그러면서 “동유럽 국가들이 구소련 시대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뒤 군대를 재정비하고 무기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한국산 무기는 매력적인 옵션이 됐다”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폴란드는 한국 방위산업의 ‘큰손’ 역할을 자처했다. 한국 방산업체는 지난해 폴란드와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124억 달러(약 16조8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무기를 일일이 모두 생산할 수는 없다”며 “우리는 지정학적 요소 때문에 방위산업을 육성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뉴욕타임스가 인용한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7~2021년 세계 25개 무기 수출국 중 세계 시장 점유율 2.8%를 차지해 8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폴란드, 이집트, 아랍에미리트와 무기 수출 계약을 맺기 전 기준이다. 따라서 향후 집계에선 상당한 변화를 보일 수 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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