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동복지

尹-대통령실-고용부 '엇박자'에 장관만 '동분서주'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21 15:30

수정 2023.03.21 15:30

국회에선 사과, 청년에겐 읍소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부족함 있었다
무거운 책임감 느껴"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제404회 국회(임시회) 환경노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제404회 국회(임시회) 환경노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개편안이 혼선을 야기한 것에 대해 고개를 숙이며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한편으로는 청년들을 만나 주 최대 69시간제에 대한 오해를 풀어달라고 읍소했다.

이 장관은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정책 혼선을 빚었다는 야당 비판에 대해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제게 많은 부족함이 있었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이 개편안에 대해 공식 석상에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해철 환경노동위원장이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대통령과 장관의 말이 다르다'는 지적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앞서 고용부는 이달 6일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주' 외에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해 '일이 많을 때는 일주일 최대 69시간까지 몰아서 일하고 적을 때는 한달 제주살기 등 푹 쉬자'는 취지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주 52시간'을 '주 평균 52시간'으로 유연화한 것이며 근로 총량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매주 69시간 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취지로 고용부에 보완을 지시했다.

이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20일) "논의의 가이드라인을 주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지만, 윤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며 '주52시간제'를 유연화하되 60시간 이내로 상한선을 둬야 한다는 입장을 직접 밝혔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환노위에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정부 간 '엇박자'를 강하게 질타했다. 전 위원장은 지난해 초등학교 '만 5세 입학'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가 사퇴한 박순애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예로 들며 "이 장관이 이번 건에 대해 정말 심각하게 생각하고 정책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심기일전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 장관은 이날 오후 KT&G 상상플래닛에서 열린 노동의 미래 포럼 발대식에 참석해 청년층 마음 잡기에 나섰다. 노동의 미래 포럼에는 대학생, 사무·현장직, 플랫폼기업 대표, 청년활동가 등 다양한 직업과 경력의 청년 약 40명이 참여한다.

청년들은 포럼에서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개편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동시에 냈다. 제도개편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공짜야근, 임금체불, 장시간 근로 관행, 연차 사용의 어려움 등을 해소해야 지지와 공감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참석자는 "근로시간 개편안은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자는 취지로 업무 집중에 좋을 것"이라며 "회사의 업무가 시급한 경우 노사가 합의해서 40시간 외의 근무는 수당을 주므로 급여 면에서도 괜찮다고 느껴진다"고 했다.

다만 "현장에선 지금도 있는 연차를 못 쓰고 있고 시간 외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업종별·업무별 등 세부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정부 개편안이 정당한 보상 없이 연장근로만 늘어나고 일한 후 제대로 쉴 수 없는 것 아닐까 하는 불안과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입법예고 기간 동안 청년을 비롯한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제도 개편 취지가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보완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다독였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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