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핀테크-기존 금융사 '밥 그릇 다툼'에 소비자 보호는 뒷전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22 16:52

수정 2023.03.22 20:17

국회에서 표류하는 전금법 개정안
은행 등 기존 금융사 "동일업무 동일규제
핀테크도 지급결제 규제 강화해야"
핀테크는 "진입장벽 완화도 함께 추진"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 시작일이 21일로 정해진 가운데 1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설치된 카드단말기에 애플페이 스티커가 붙어있다. 2023.03.13. 뉴시스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 시작일이 21일로 정해진 가운데 1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설치된 카드단말기에 애플페이 스티커가 붙어있다. 2023.03.13. 뉴시스
[파이낸셜뉴스]핀테크 업체의 지급결제 리스크 관리를 위한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이 핀테크와 기존 금융사 간 '밥그릇 다툼'에 막혀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지난해 머지포인트 선불충전금 사태를 계기로 법안들이 다수 발의됐지만 업권 간 의견차로 상임위 차원의 논의가 장기화되고 있어서다.

22일 금융권·정치권에 따르면 간편결제를 지급지시전달업으로 규정하고 선불업자의 자금이체업 등록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의 전금법 개정안이 업권 간 이해관계 조정 문제로 국회 정무위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정무위 관계자는 "전금법은 업권 간 이해조정 문제로 지난 법안심사소위에서 결론이 안 났다"라며 "법안 통과에 업권 간 이해관계 최종 조율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제출한 전금법 개정안의 핵심은 지급지시전달업(my payment), 자금이체업을 규정해 핀테크 업체의 지급결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간편결제 업체들을 자금이체업자로 등록하고 은행 제휴계좌를 통해서만 자금이체를 수행토록 한다. 이용자 보호를 위해 플랫폼의 영업행위 규율체계를 마련하고 금융사고 책임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를 두고 시중은행 등 기존 금융사에서는 '동일업무 동일규제' 원칙을 들어 핀테크 지급결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간편결제, 송금 업무를 하는 핀테크 업체들이 사실상 기존 금융사와 마찬가지로 지급결제 업무를 수행한다고 보고 형평성 차원에서 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권은 자금세탁 방지와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핀테크 규제를 기존 금융권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본다. 실명확인 주체를 명확히 하고 착오송금, 보안사고 등 자금이체 관련 금융사고 처리절차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핀테크 업체의 내부통제 강화와 보안시스템 구축도 주장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지난해 10월 펴낸 '지급결제의 이해 및 전자금융거래법개정안 관련 제언' 보고서에서 "간편결제·송금에서 내부거래를 통한 청산은 기업 내부의 회계조작 가능성과 자금변동성 확대에 따른 잠재적인 지급불능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며 피해규모 1000억원 이상의 머지포인트 사태를 지적했다. 실제 독일의 선불기반 간편결제 기업인 ‘와이어카드(wirecard)’는 가상거래를 통해 19억 유로의 '없는 자산'을 있는 것처럼 회계 조작했다. 이 보고서는 "2021년 기준 매출 상위 10개 업체의 부채비율은 평균 460%에 달해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전금법에는 이런 기업들을 감독할 규정이 전혀 없고 이용자의 선불충전금에 대한 보호조치 의무화 규정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핀테크-기존 금융사 '밥 그릇 다툼'에 소비자 보호는 뒷전

반면 핀테크 업체에서는 지금도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며 전금법을 개정할 때 지급결제 진입장벽 완화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핀테크 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신뢰를 깨뜨리는 상황에 대해 각별히 염려하고 대비를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이 대환대출 플랫폼 추진 등 핀테크를 활성화하려는 가운데 규제만 강화하는 건 맞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뱅킹이나 ATM, 티머니 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법 제도이기 때문에 최근 환경을 반영하려면 개정이 필요하다”면서도 "종합지급결제사업, 마이페이먼트 등 핀테크 기업에 대한 진입 장벽 완화에 대한 내용들도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전금법 개정을 통한 핀테크 지급결제 리스크 관리에 힘을 실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핀테크도 유형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지급결제 리스크가 촉발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규제를 장기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핀테크도 범위가 다양해서 전자금융법상 일정 요건을 갖추고 당국의 규율을 받는 곳은 선불충전금을 안전한 곳에 예치한 반면, 리스크 우려가 있는 회사에 충전금을 예치하는 업체들도 있는 등 리스크가 제각각이라는 얘기다. 이 실장은 "전자금융업 규율을 받지 않는 머지포인트 같은 회사의 경우 규제 공백이 있을 수 있다"며 "핀테크 업체들이 예치금을 안전한 곳에 보관하고, 지급결제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전금법 개정을 통해 규제만 강화하기 보다는 기존 금융사와 핀테크 모두를 활성화해서 경쟁을 촉진할 필요도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핀테크사들이 계좌 개설과 예금 업무까지 취급하게 될 경우 최근 불거진 뱅크런 사태에서 착안해 규제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석 교수는 "은행 또한 IT 쪽과 시너지를 내 수익을 올릴 방법을 만들어줘야 하고, 핀테크 업체도 은행산업으로 진출해 은행산업과의 경쟁을 도모하도록 해야 한다"며 "양쪽으로 규제를 하는 것은 되레 기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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