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일 정상회담으로 양국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기대만큼 경제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일본의 3대 규제품목의 경우 정부가 소부장(소재·부품·장비)산업 육성 및 수입 다변화로 대응하면서 수출규제 해제에 따른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 오히려 교역량 증가로 대 일본 무역수지 적자 폭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26일 산업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2일 일본의 수출규제를 보복 조치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것을 공식철 회했다. 일본 역시 같은 시각 포토테지스트·불화수소·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의 수출규제 해제를 발표했다.
지난 2019년 7월 일본은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실시하고 한국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는 규제 초반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는 우리 정부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 및 수입 다변화로 대응하면서 수출규제에 따른 영향이 미미한 상태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불화수소의 대일 의존도는 수출규제 이전인 2018년 41.91%에서 지난해 7.66%로 34.23%p 급감했다. 국내 수요기업 대상 수입량 변화 등 집계에서도 EUV 포토레지스트의 대일 의존도가 50%로 감소했고, 휴대전화용 불화폴리이미드는 대체 소재를 통해 대일 수입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과의 관계개선이 대일 무역적자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은 한국이 가장 큰 무역적자를 보는 국가 중 하나다. 지난해 기준 사우디아라비아(367억8000만달러), 호주(261억8000만달러), 일본(241억달러) 등에서 적자가 크게 나타났다. 원유와 석탄 가격이 급등해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로부터 수입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5~2021년에는 전 세계를 통틀어 일본에서 가장 큰 무역적자를 봤다. 일본의 주력 산업구조가 우리와 비슷하면서 폐쇄적인 시장이라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디스플레이 등 IT, 자동차 품목에서 일본 시장은 폐쇄적 경향이 뚜렷하다. 자동차 분야 우리기업은 일본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한 상태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일본 시장 진출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본격 공략시점 및 시장 안착 여부를 장담하긴 불투명하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경우 한국이 수출하면 일본의 소부장 기업이 이득을 보는 '가마우지 경제' 구조가 여전하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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