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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국민인게 부끄럽고 미안하다" 기시다의 '필승주걱' 난타전

박상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27 08:52

수정 2023.03.27 14:54

전쟁 중인 우크라 방문해 50㎝ 주걱 선물
“전쟁은 스포츠가 아니다” 야당서도 뭇매
2021년 9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국회 내 사무실에서 '필승'이라고 적힌 대형 샤모지(밥주걱) 옆에 서있다. (닛칸스포츠 갈무리) /사진=뉴스1
2021년 9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국회 내 사무실에서 '필승'이라고 적힌 대형 샤모지(밥주걱) 옆에 서있다. (닛칸스포츠 갈무리)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이른바 ‘필승 주걱’을 선물한 가운데, 이를 두고 일본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다수의 일본 매체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전격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주걱을 선물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정상회담 후 진행된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히로시마현 이쓰쿠시마에서 제작된 50㎝ 크기의 주걱(샤모지)과 종이학을 모티브로 만든 램프 등을 선물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선물한 약 50㎝ 길이의 대형 주걱에는 기시다 총리의 서명과 함께 ‘필승’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필승 주걱은 기시다 총리의 선거구가 있는 히로시마의 특산품이다. 일본어로 ‘밥을 먹다’와 ‘(적을) 잡다, 체포하다’는 말의 읽는 법이 비슷해 승리를 기원하는 상징물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학교 야구, 축구 등 경기에서 히로시마 대표팀이 응원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기시다 총리는 24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필승 주걱을 선물한 데 대해 “외교로 현지 특산품을 가져가는 일은 자주 있다”고 설명했다.

[키이우=AP/뉴시스]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2023.03.24. /사진=뉴시스
[키이우=AP/뉴시스]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2023.03.24. /사진=뉴시스
그러나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이시가키 노리코 의원은 “(전쟁은) 선거나 스포츠가 아니다. 일본이 해야 할 일은 어떻게 평화를 행하느냐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선물의) 의미를 내가 말씀드리는 것은 삼가겠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조국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이런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으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입헌민주당 스기오 히데야 의원 또한 트위터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이게 진짜일까? 믿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 누리꾼들도 기시다 총리를 비판하는 반응을 보였다. 한 일본 누리꾼은 “사람이 죽는 전쟁을 하고 있는 곳에 어떻게 이런 선물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선거나 (스포츠) 이벤트 가 있을 때 주는 선물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병사들과 러시아 병사들은 지금도 비극적인 전장에서 서로 싸우며 죽어가고 있다. 총리와 내각을 대신해서 무례한 선물을 한 데 대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일본 누리꾼은 “러시아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선전포고’나 다름 없고,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 보면 쓸모없는 물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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