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K칩스법'으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국가전략기술로 미래형 이동수단이 포함된 부분은 다행스러운 점"이라고 평가했으나, 수출·무역흑자·고용 1위 산업인 자동차 분야에 대한 종합적이고 과감한 정책 수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강 회장을 비롯해 한국GM 협력사 모임인 협신회 문승 회장,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구민 국민대 교수(한국모빌리티학회 부회장)에게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현주소와 글로벌 대응전략을 들어봤다.
▲강남훈 회장 = 미국, 유럽, 중국은 자동차 산업의 새 주도권 경쟁을 벌이며, 기업과 정부가 '연합군'을 형성해 뛰고 있다. 미국은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자동차를 파는 데 있어 세액공제와 저리융자, 보조금이란 3단계 지원책을 구사하고 있다. 유럽도 미국에 버금가는 정책을 내놓겠다고 한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전기차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푼 중국은 말할 것도 없다. 기업 입장에선, 과연 어느 나라에 공장을 지을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전기차 산업 생태계를 지키느냐, 마느냐의 '골든타임'에 놓였다는 얘기다. 미국·유럽·중국 보다 많게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경쟁에서 불리하지 않게 지원이 이뤄져야 하지 않겠나.
▲조철 선임연구위원 =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투자를 국내에서 할 지, 해외로 나갈지를 놓고, 매우 위태롭고 중요한 시점을 맞이했다는 부분에서 동의한다. 현대차·기아, 한국GM 등의 국내 자동차 생산은 2011년 466만대로 최대를 기록한 이후, 더 이상 국내 생산능력을 늘리지 않았다. 국내에서 생산해 봐야, 수지타산이 안맞는거다. 게다가 미국, 유럽 등의 지원책으로 오히려 해외 생산하는 게 더 이익이 많이 남게 되는 상황이다.
▲문승 회장 = 완성차도 그러겠지만 부품사들로선 살기위해 미국·유럽이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하니 밖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국내 투자는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다. 미중 등에 버금가는 수준의 투자 환경이 마련됐으면 한다.
―중국이 전기차 1위 대국으로 가고 있다. 값싼 중국산 전기차가 한국으로 몰려올 가능성은.
▲강 회장= 이미 올초 중국 BYD가 일본에 상륙했다. 이미 버스 등 중국 전기차 상용차는 국내 시장에 들어와 있다. 지난해 BYD의 전기차 판매(PHEV 포함)가 1년 새 3배 급증한 186만대로, 판매대수로만 보면 테슬라(131만대)를 넘어섰다. 이에 비해, 국내 전기차 생산대수는 35만대다.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NDC)' 로드맵에 따라 2030년까지 국내 보급해야 할 전기차 대수는 450만대다. 국내 전기차 생태계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테슬라 공장 유치 추진이 화제다. 상대적으로 GM과 르노에 대한 지원이 박하다는 지적이 있다.
▲강 회장 = 현재 법으로는 GM, 르노가 보조금을 받으려면 공장을 새로 신설하거나 고용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있다. 전기차 전환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거다. 미국 IRA처럼 30% 세제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니 현 시점에서는 한국에 전기차 공장을 짓자고 말하기 어려운데다 수도권에 위치한 GM부평공장은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제지원 예외다. 현대차·기아도 화성, 광명 공장을 전동화 시설로 전환해야 한다.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들을 개선해 달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GM 부평공장, 르노 부산공장의 넓은 부지를 잘 활용해서 전동화에 대응하도록 해야하지 않겠는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조철 선임연구위원 = 광명, 화성, 부평 등 수도권 공장의 전동화 전환을 위한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 기존 시설이다보니, 수도권 과밀억제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문제인데, 이런 부분들은 사실 예외를 해줘도 되는 것 아닌가.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면 생산이 줄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법이다.
―'K칩스법'으로 불리는 조특법 개정안에 미래형 이동수단에 포함돼 이달 중으로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정구민 교수 = 개도국까지 미래차 육성에 뛰어든 마당이다. 미래차 설비 투자 지원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다. 조특법 개정안에 미래형 이동수단이 포함되긴 했으나, 미국 IRA과 비교할 때 지원 범위, 수위 등에 있어 상당히 부족하다고 본다. 국가전략기술로 포함되기는 했으나, 전기차 공장 구축이나 설비에 대한 지원 여부가 불확실하다. 이 점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강 회장= 미래차 특별법을 만들자고 했는데 논의만 1년 이상이 걸렸고, 현재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제는 속도를 내야 한다. 그래야, 그걸 기반으로 연구개발 인력을 양성하고, 기업 투자도 끌어내지 않겠는가. 상반기 내에는 전기차 등 미래차에 대한 투자가 전개될 수 있도록, 시책들이 조속히 구체화돼야 하고, 제도 개선도 한시라도 빨리 이뤄졌으면 한다.
▲조철 선임연구위원 = 프랑스 르노공장 보다도 한국 공장의 임금이 더 높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생산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부품공급라인 체계가 갖춰져있어, 원활한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물량을 받아와서 생산하는 거라고 한다. 이 말은, 투자비용을 낮춰주고, 생산효율을 조금만 더 높인다면, 한국에서 생산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얘기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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