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밀린 월세 내야죠" 생계 숨통 터준 50만원[현장르포]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27 18:43

수정 2023.03.28 08:11

소액생계비대출 첫날
급전 필요한 취약계층 상담 몰려
1126건 접수…평균 65만원 받아
15.9% 달하는 금리 여전히 부담
전산망 마비로 절차지연도 속출
금융위원장 "추가재원 검토할 것"
최고 연 15.9% 금리로 100만원까지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이 출시된 27일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전국의 46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예약 후 방문하면 대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최고 연 15.9% 금리로 100만원까지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이 출시된 27일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전국의 46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예약 후 방문하면 대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건설회사 일용직, 시쳇말로 노가다로 일하고 있었는데 공사장 일을 하다가 허리를 다쳐서 집세도 몇개월 밀렸어요. 이거(소액생계비대출)라도 받아서 집세 내려고 왔어요." (경기 성남 거주 50대 이모씨)

■취약계층, '100만원'도 급했다

취약계층(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연소득 3500만원 이하)에 9.4~15.9% 금리로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이 시행된 첫날인 27일 현장을 찾은 수요자들은 '가뭄 속 단비'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예약 1264건 중 1194건의 상담이 진행됐고 1126건 대출신청이 접수됐다.
평균 대출금액은 65만 1000원이었다.

경기 성남의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은 이씨는 "당장 죽기 일보 직전이라서 이거라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는 차상위계층으로, 수중에 현금이라고는 단돈 1000원밖에 없는 상태다. 한달 전 동사무소에서도 기초생활보장제 생계급여 조건부 수급자가 되기 위한 절차를 밟고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던 그는 '급한 불이라도 끄자'는 마음으로 소액생계비대출을 신청하러 왔다고 고백했다.

반도체 업종에 종사하던 강모씨(30대)는 예상치 못한 병원비로 부족해진 생계비를 빌리기 위해 이날 성남센터를 찾았다. 강씨는 업무 중 3층 높이에서 떨어져 다리에 부상을 입어 현재는 일을 쉬고 있다. 강씨는 "금리가 아쉽기는 하지만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당장 생활비를 빌릴 수 있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서울 돈암동에 사는 80대 여성 김모씨는 아들 딸과 함께 서울 중구 중앙센터를 방문했다. 김씨는 동네에서 담배꽁초를 줍는 일(공공일자리)로 월 27만원, 노인연금으로 24만원이 한 달 수입이다. 남편의 노인연금까지 더해서 남는 돈을 빚 갚는 데 쓰고 있지만 생계비도 원리금도 부족하다. 김씨는 "여기에 생계비를 좀 더 받고, 다달이 내는 돈도 좀 줄일 수 있다고 해서 딸 아들과 함께 왔다"고 했다.

■높은 금리에, 전화예약 불통은 답답

반면 최고 연 15.9%의 높은 금리에 상담 인프라 부족, 공급자 위주의 서비스 제공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경기 성남에 거주하는 윤모씨(30대 후반·여)는 15.9% 금리에 대해 "솔직히 소액대출이고 국가에서 해주는 것치고는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래도 어쨌든 사금융보다는 나으니 '이거라도' 하는 느낌으로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대면상담이 사전예약제로 운영된 것을 모르고 현장에 와서 허탕친 고객들도 나왔다. 이날 오전 성남센터를 방문한 장모씨(58)는 "예약을 하려 해도 전화예약이 불통"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전화기를 5~10분씩 들고 있어도 예약이 안 되니까 직접 왔는데, 여기까지 와서 들은 건 고작 '예약이 안 되어 있다'는 말 한 마디였다"며 예약방식 개선을 촉구했다.

성남센터는 컴퓨터 전산망이 마비돼 상담시간이 지연되고, 본인의 예약 여부를 확인하는 고객과 담당 직원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 인프라도 부족했다. 서울 중앙센터에서는 전체 창구 18곳 중 3곳만 생계비대출 창구로 활용됐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양천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아 "현재 서민금융진흥원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많은 분들이 대출을 기다리고 있다"며 "필요시 추가 재원에 대해서도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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