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에서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유상증자까지 위축되면서 경기 침체 우려 속에 기업의 유동성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주식을 통한 자금조달은 전월 대비 1조2500억원(84.0%) 감소한 2381억원을 기록했다. 모두 기업공개(IPO)를 통한 것으로 유상증자는 0건이었다.
올해 1월에는 유상증가가 3건으로 모두 1조3501억원이 조달됐다. 2022년에는 월 평균 4건 이상, 앞선 2021년의 경우 월 평균 7건이 넘게 유상증가 이뤄졌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모습이다. 금감원 관계자도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없었던 것은 2015년 5월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유상증자가 없었던 것은 증시 불확실성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연말 증시가 내리막을 걸었고, 올해 초에는 코스피가 2200선 초반까지 밀리면서 유상증자 흥행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기업들이 소극적으로 돌아섰다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2월에 유상증자를 공시한 기업은 엘브이엠씨와 이브이첨단소재 두 곳에 그쳤다. 지난해 1월과 2월에 각각 7곳, 2곳이 유상증자를 발표한 것을 감안하면 자신감이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역시 불확실한 센티멘트(투자심리)가 유상증자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식시장의 불안정성이 기업 자금조달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상증자 등 자본시장을 통한 자본조달은 투자심리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흥행에 실패할 경우 안 하는 것만 못하다. 그런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가 기업 자금조달의 마지막 창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동성 확보에 부정적인 것은 분명하다. 이달 들어 유상증자를 공시한 상장사는 4곳으로 늘어났다.
한편 전체 유상증자 규모는 2021년을 고점으로 꺾이는 분위기다. 연도별 유상증자 규모는 2019년 2조8495억원(54건), 2020년 7조923억원(70건)으로 증가했다가 증시가 사상 최고점을 찍은 2021년에는 14조5678억원(89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증시가 조정을 받은 지난해에는 유상증자 규모가 다시 8조5893억원(59건)으로 축소됐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얼어붙었던 채권시장도 기업들이 레고랜드 사태 이후 늦춰왔던 자금조달에 나서며 1~2월에 굉장히 활성화됐다"면서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은 다양한 변수가 반영된다"고 전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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