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조창원 칼럼] 챗GPT 시대의 질문자와 방관자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03 18:47

수정 2023.04.03 18:47

[조창원 칼럼] 챗GPT 시대의 질문자와 방관자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 열풍이 불면서 인류는 두 종류로 나뉘게 되었다. 질문을 잘하는 자와 못하는 자.

챗GPT에게 물어본 뒤 엉뚱한 답이 나온다는 푸념들을 많이 한다. 결과물이 안 좋은 이유는 인간이 질문을 잘 못했기 때문이다. 질문이 미숙한 자에겐 문명의 이기가 눈앞에 있어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예전부터 질문 혹은 대화법은 인류의 문명 발전에 없어선 안될 지식엔진이었다.

4대 성인의 가르침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그들의 가르침은 질문과 답변 중심인 게 공통점이다.
주로 제자의 질문에 답을 하거나 반대로 성인이 직접 질문을 던져 제자의 답변을 끌어내는 식이다. 이 가운데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은 '산파술'이라고 한다. 상대방에게 질문을 계속 던져 스스로 무지를 깨닫고 올바른 개념에 도달케 하는 방법이다. 스승이 미리 정해진 지식을 제자에게 강제 주입하는 게 아니라 제자 스스로 무지를 깨닫고 올바른 개념에 도달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그런 면에서 4대 성인의 질문방식은 '깨우침'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수천년 전이 아닌 현세에서도 질답법은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은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에서 세계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25%, 미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장악한 명실상부한 부자 및 엘리트 집단이다. 저력의 원동력은 흔히 그들의 전통적 토론 교육법인 하브루타에서 찾는다. 하브루타는 나이와 성별, 계급을 따지지 않고 두 명씩 짝을 지어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논쟁을 통해 진리를 찾아가는 교육방식이다. 학생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창조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

기업 경영이나 조직관리에도 정평이 난 질문법이 있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최소한 5회 이상으로 그 이유를 질문하는 '5개 질문(5 whys)' 기법이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생산라인을 개선하기 위해 창안해낸 기법이다. 수천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차 조립 과정에서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도입됐다고 한다. 반복적인 질문을 던져서 생각지 못했던 원인을 찾아내고 문제해결 방법을 끌어낸다. 도요타는 이 질문법을 통해 시간과 예산 절감이라는 부산물까지 얻었다. 역시 창의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질문법 혹은 대화법은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는 '깨우침'과 남들과 다른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창의성'에 안성맞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질문하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진 조급한 국민성 때문일 수도 있겠다. 암기식으로 주어진 정답 찾기에 길들여진 습성일 수도 있다. 아니면 나의 낮은 지식이 주변 사람들에게 들통이 날까 봐 일부러 침묵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챗GPT를 통해 얻고 싶은 건 무엇일까. 깨우침인가 아니면 창조성인가. 인간이 챗GPT에게 궁금한 바를 묻는 자체가 의존 혹은 종속을 의미한다. 그러나 인간이 챗GPT로부터 독립적이려면 질문을 잘 해야 한다.
호기심과 적극적인 질문 의향을 가진 사람만이 챗GPT 시대에 최후 승자가 될 것이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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