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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이어 브라질도 가세… 美 ‘달러 패권’ 흔들기 성공할까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16 18:33

수정 2023.04.16 18:33

러-우크라 전쟁 계기로 신흥국 중심 달러 탈피 움직임
러, 中과 루블-위안화 결제 확대.. 자국 기업엔 달러 사용 중단 압박
中, 브라질과 위안-헤알 결제 합의사우디와 원유거래 위안 사용 추진
위안 결제 수단 활용 늘었지만 中 시장 투명성 부족 등 걸림돌
세계 외환보유고 비중 절반 차지.. 달러 지위 끌어내리기는 힘들듯
중·러 이어 브라질도 가세… 美 ‘달러 패권’ 흔들기 성공할까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세계의 주요 준비 화폐 자리를 유지해온 미국 달러가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중국과 러시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달러 대신 다른 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더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세계 최대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달러 탈피는 미국의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주고 경제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최근 수년간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돼왔다.

■中·러시아 달러 탈피 주도… 브라질도 가세

16일 외신 등에 따르면 탈달러 움직임의 중심에는 러시아와 중국이 있다.

중국은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중앙은행 자산 3000억달러를 서방국가들이 동결하는 제재에 충격을 받았다.

지난 3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을 받자 러시아를 지원하는 모든 국가는 심각한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은 대만을 둘러싸고 만약 미국과 충돌이라도 발생할 경우 자신들의 자산도 취약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세계가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양극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위안화가 미국과 적대적인 국가들에게는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선전하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국들의 제재를 받자 자국 기업들에게 달러나 유로 결제를 중단할 것을 압박했다.

그 결과 전쟁이 발생한 지난해 2월부터 중국 위안은 미 달러를 제치고 러시아의 최대 무역 결제 수단이 됐다.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의 교역 규모는 역대 가장 큰 1900억달러(약 247조원)로 커졌으며 결제 거의 대부분은 위안이나 루블로 이뤄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금 매입도 크게 늘려와 일각에서는 두 나라가 금본위 화폐를 계획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브라질도 달러 탈피에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달 중국과 브라질은 양국 간 무역 결제 수단으로 위안과 헤알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2009년부터 브라질에게 중국은 최대 교역국이 됐으며 중국 전체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재취임 후 지난주 중국을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브릭스(BRICS) 국가들에게 달러를 대체할 화폐를 지지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브릭스 국가들이 중국 상하이에 설립한 신개발은행(NDB)을 방문해 브릭스 국가들이 서로 무역을 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자체 화폐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비교적 우호적인 인도도 러시아와 무역 결제로 루피와 루블 모두 사용하고 있다. 또 이란과 영국,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18개국과도 루피 결제를 이미 실시하고 있다.

중국과 국경에서 종종 무력 충돌을 하고 있는 인도가 브릭스 화폐를 받아들일지 그리고 이처럼 브릭스 국가들 간에도 마찰이 있는 가운데 경제적으로 연대를 형성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브릭스 화폐가 도입된다면 인도 보다는 중국에 더 이익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보다 앞서 말레이시아는 지난 3월 중국 보아오 포럼에서 안와르 라힘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아시아 통화기금 창설을 제안했다.

말레이시아 재무장관도 겸하고 있는 안와르 총리는 "말레이시아가 계속 달러에 의존할 이유가 없다"며 기금 창설을 제안하자 시 주석은 이를 환영했다.

■美 달러 세계 외환 보유고 절반 이상 차지

세계 중앙은행들의 외환 보유고에서 미국 달러 비중이 최근 수년간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의 통화 구성 공식 외환 보유고 조사에서 지난해 마지막 분기에 58.36%로 나머지 주요 화폐를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

위안은 2.69%로 캐나다와 호주 달러보다는 많으나 유로(20.47%), 일본 엔(5.51%), 영국 파운드(4.95%) 보다 작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위안이 달러를 밀어내기 힘든 이유로 중국 공산당 체제가 개방적이지 못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호주국립대학교(ANU) 경제학과 교수 티모 헹켈은 위안이 달러를 밀어내기 위해서는 중국이 신뢰받을 수 있는 금융시장을 갖추고 투명한 사법제도, 안정된 정치와 자유로운 자본의 흐름, 가상자산 사용을 허용해야 하나 이 같은 것을 가까운 장래에 기대하기 힘들다며 위안이 부상하다가 멈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헤리티지 재단의 아시아 연구센터 이코노미스트 창민화는 "중국과 러시아가 새로운 화폐를 만든다고 해도 디지털 화폐가 유력해 사용 확대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달러를 끌어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위안화가 무역 결제 수단으로 사용이 늘고는 있지만 지난해 8월 세계 무역 결제의 43%가 달러, 34%가 유로가 사용된 반면 위안은 2%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무역 결제에서도 약 4분의 3은 달러가 사용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국과 관계가 껄끄러워진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산 원유 최대 수입국인 중국에 판매 가격을 위안으로 표시하는 것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중국 시 주석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당시 두나라 간 합의문에는 이 문제가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중국은 원유 수입 대금으로 위안을 받아줄 것을 제안했다.

또 다른 중동의 산유국 UAE는 달러가 아닌 화폐 결제는 석유를 제외한 다른 제품 거래에서만 가능하다고 타니 알 제유디 무역장관이 밝혔다.

전문가들은 60년간 막강한 힘을 발휘해온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중국에 가격 결정력을 쉽게 내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이 대부분 자국의 환율을 미국 달러에 고정시키면서 강달러를 원하고 있는 점도 달러를 쉽게 버리지 못하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안이 글로벌 화폐가 되기 위해서는 개혁이 필요하나 이것이 중국에 경제적 리스크가 될 수 있어 달러를 대체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사용 확대하려 해도 엄격한 자본통제로 인해 외국기업들이 위안에 투자를 하거나 융자를 받는데, 또 중국과의 직거래를 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중국의 투자자들도 달러를 선호하고 있다.


당분간은 달러의 위상은 유지될 것으로 경제전문지들은 전망하고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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