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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PS, 교통사고 등 통증 환자 ‘펜타닐' 남용 막아야 [현명한 건강관리 제언(4)]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21 06:00

수정 2023.04.21 05:59

CRPS, 교통사고 등 통증 환자 ‘펜타닐' 남용 막아야 [현명한 건강관리 제언(4)]

[파이낸셜뉴스] 펜타닐은 1960년 유명 제약사 얀센의 폴얀센에 의해 개발됐다. 극심한 암, 교통사고, 복합통증증후군(CRPS) 등 통증 치료를 위해 사용돼 왔다.

모르핀에 비해 적은 양을 투입해도 효과가 50배 이상 뛰어나고 싼 가격으로 의학계에서 두루 많이 사용해 왔다.

그러나 그 뛰어난 효과가 역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필라델피아 좀비’가 화제다. 해외토픽이나 유튜브를 통해서 연일 보도 중이다.
좀비처럼 길거리에서 흐느적 되거나, 같은 자세로 장시간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대부분 펜타닐에 중독된 사람들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연설’에서 한 해 7만명이 넘는 사람이 펜타닐 중독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미국인 평균 기대 수명도 하향 조정됐다고 한다.

펜타닐은 뇌에 자극을 주어 극심한 통증을 막지만, 한편으로는 뇌로 공급되는 산소를 막고 이산화탄소양을 급격히 높인다. 이 지점에서 마약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펜타닐은 조금만 과용해도 사망에 이른다.

복제약까지 쏟아지고 있다. 싼 값에 마약 대체재로 미국 20대들의 사용이 급격히 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펜타닐 패치 등 펜타닐 관련 약이 최근 3년 사이에 급격하게 사용량이 늘고 있다.

대상포진후유증, 섬유근육통,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등 통증치료 환자들도 펜타닐을 처방받는 경우가 있다. 펜타닐 뿐만 아니라, 평균 3-4개 정도의 진통제 처방은 기본이다.

이들 질병은 완치 질병이 아니라서, 통증클리닉이나 마취과를 중심으로 ‘통증경감’을 위해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펜타닐을 비롯한 마약성 진통제의 남용을 경계해왔다. 환자들에게 일시적으로 통증은 경감시키지만, 점차적으로 양도 늘려야 하고 무엇보다 중독 및 의존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신경계 오작동으로 일어나는 이런 질병들의 근원 치유보다는 ‘신경차단’ 또는 진통제 투여가 현재로서는 최고의 치료법이다. 신경차단술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비싸 진통제가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한방의학은 예전부터 우리 몸 곳곳에 뻗어 있는 신경계가 하나로 이어져 왔다고 판단하고, 그에 맞는 연구와 처방을 내려왔다.

대부분 한약재 등이 자연에서 나는 것들이기에, 화학적으로 만든 의약품들과는 그 결이 많이 다르고 중독 현상도 없다.

필자 역시 오랜 기간 통증 진료를 해왔다. 통증치료는 환자의 의지, 시간이 조금 걸려도 당장의 통증 치료보다는 몸의 면역력과 신경계 자체를 회복해야 한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본격적인 통증 치료에 앞서, 환자들의 진통제 남용으로 인한 면역체계를 살리는 치료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의학계가 이제 펜타닐 같은 마약성 진통제 처방을 스스로 점검하고, 이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환자들 역시, 본인에게 처방되는 약의 성분이 무엇인지 정도는 스스로 파악을 해야 한다.

내 몸을 지키는 것은 결국 내가 될 수 밖에 없다. 입법기관 또는 사법당국도 이제라도 실태조사에 나서, 강력한 대안을 만들고 생각해볼 때이다.
강건너 불구경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나영철 여기한방병원 병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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