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막아달라"…호소 나선 스타트업 5개사는

장유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18 15:12

수정 2023.04.18 15:12

1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기업' 기자회견에서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1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기업' 기자회견에서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중소기업은 아이디어와 기술만 믿고 창업에 뛰어드는데 대기업이 협업을 이유로 기술자료를 확보하고 동일한 사업을 한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중소기업은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18일 중소기업 권리회복을 위한 공익 재단법인 경청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기업'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경청은 "대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갖고 분쟁 중인 중소기업과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도 중소기업 권리회복을 위한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아이디어·기술 탈취 문제로 대기업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알고케어 △프링커코리아 △키우소 △닥터다이어리 △팍스모네 등 5개 스타트업이 참석했다.


참석한 기업들은 대기업의 아이디어 도용, 기술 탈취 행위가 사회적 책임과는 맞지 않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롯데헬스케어와 분쟁 중인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아이디어 도용과 기술 탈취는 법적으로 풀기에는 시간적 비용뿐만 아니라 입증 책임에 한계가 있다"며 "대기업이 지식재산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의지를 꺾는 일이자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LG생활건강과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는 "LG생활건강의 윤리규범에 공정한 경쟁, 공정한 거래, 임직원의 기본 윤리를 가장 큰 가치로 삼는다고 밝혔음에도 협업을 미끼로 기술적 정보와 제품을 확보하는 방법이 윤리규범에 부합하는지 되묻고 싶다"며 "아이디어 도용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법적 판례조차 없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카카오헬스케어와 분쟁 중인 송제윤 닥터다이어리 대표도 "대기업이 영업기밀을 탈취한 후 편법 꼼수로 시장에 진입한다면 스타트업은 향후 영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카카오가 비밀유지계약서, 파트너십 제안으로 획득한 영업기밀과 노하우를 악용하는 건 ‘갑’의 횡포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이날 참석한 기업들은 국회와 정부에게 대기업의 아이디어 탈취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를 개선해줄 것과 함께 분쟁 해결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농협경제지주와 분쟁 중인 방성보 키우소 대표는 "유명무실한 부정경쟁방지법 및 공정거래법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현실적으로 개선해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의 기술을 섣불리 침해할 수 없게 해야 한다"며 "스타트업이 거대 대기업을 상대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한카드와 법적 다툼 중인 홍성남 팍스모네 대표도 "스타트업의 권리 보호와 상생 협력을 대기업의 선의에만 기대서 이룰 수 없고 제도로서 뒷받침돼야 한다"며 "대기업이 기술·아이디어 탈취를 할 경우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희경 경청 변호사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아이디어 및 성과물 침해 형사처벌 규정 신설과 함께 행정조사 범위를 성과물 침해까지 확대하고 아이디어 침해와 데이터 부정 사용으로 위법성이 인정되면 시정권고를 넘어 시정명령까지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의 아이디어 및 기술침해 발생 시 상설 범부처 협의체를 구성할 것과 아이디어, 성과물, 데이터 등에 대한 객관적 가치평가를 위한 평가기관을 마련해 건전한 기술거래 질서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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