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돌려보자. 시 주석은 중국의 경제엔진인 광둥성의 수많은 기업 중 왜 한국 투자 기업을 찾았을까. 시 주석은 현장에서 "외국 투자자는 기회를 잡아 중국으로 오고, 중국 시장을 깊이 경작하며, 기업 발전의 눈부신 성과를 창조하기 바란다"고 했다. 덕담이다. 하지만 곱씹어보면 미국 주도 첨단산업 공급망 재편에만 치우쳐 협력하는 한국 기업에 차등을 두겠다는 경고성 메시지다.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시장과 공장이 중국에 있는 기업들을 통해 한국 정부를 움직이려는 신호로도 읽힌다. 대만 문제는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도 언급하길 꺼린다. 중국을 자극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미·중 간 균형을 잡으며 실익을 챙긴 전 정부들의 전략에서 탈피했다. 한중 관계는 급랭했다. 윤 대통령의 '계산된' 발언 의도는 한미 정상회담 성과물에서 드러날 것이다.
정치·외교 이벤트만으로 국가전략 예단은 위험하다. 그럼에도 최근 3주간 한국과 미국, 중국의 움직임에서 한중만 들어내 영화화한다면 '중국의 경고, 한국의 결심'이 무난하다. 여기서 결심은 이별이 아닌 과도한 쏠림에서 벗어나겠다는 정도가 타당하다. 올 1·4분기 대중 무역적자만 전체의 35%인 78억달러를 넘어섰다. 한국 경제 최고 난제로 대중국 수출부진을 꼽는 상황이다. 시 주석의 언급은 한국 수출의 위기지표에 근거한 한국 경제 리스크를 겨냥한 압박인 듯하다. 중국시장과 작별 결심까지는 아니어도 각오는 필요하다. 한중 수교 이후 30년 넘게 이어져 온 중국 특수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자립'을 외쳐온 중국이 내수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과 경쟁 관계로 급속히 전환했다. 세계 경제 '블루칩' 인도, 아세안 시장과 협력을 강화하는 수출다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산업구조 고도화, 초격차 기술 확보도 수순이다. 다만 한국 경제가 미·중 갈등과 경쟁의 희생양이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미국을 상대로 경제적 실리를 극대화하는 대안 마련도 당연한 전제다.
mirror@fnnews.com 경제부 부국장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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