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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의 비밀' 한걸음 더 가까이.. 회오리 모양 원반 사상 최초 포착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27 17:57

수정 2023.04.27 17:57

韓연구진 참여 연구팀 촬영 성공
블랙홀의 부착원반과 제트를 나타낸 상상도. 원반 형태를 이루며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부착원반과 제트의 형태를 이루며 블랙홀로부터 분출된 제트를 확인할 수 있다. 천문연구원 제공
블랙홀의 부착원반과 제트를 나타낸 상상도. 원반 형태를 이루며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부착원반과 제트의 형태를 이루며 블랙홀로부터 분출된 제트를 확인할 수 있다. 천문연구원 제공
한국연구진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이 블랙홀 중력에 의해 주변 기체들이 빨려 들어갈 때 만들어지는 '회오리 모양'의 부착원반을 처음으로 포착했다. 그동안 이론으로만 예측해 오던 블랙홀 주변 부착원반 구조를 직접 포착해 과학적 사실로 입증한 것이다. 이는 지난 2019년에 관측한 블랙홀 영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을 이번에 관측한 것이다. 또 블랙홀에서 품어져 나오는 기체와 액체인 제트도 확인했다.


■블랙홀 물질 흡수방식 실마리 제공

한국천문연구원과 경북대가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은 27일 'M87' 은하 중심의 블랙홀 그림자와 강력한 제트를 최초로 동시에 포착해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박종호 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수십년간 예측만 무성했던 블랙홀 부착원반을 사상 최초로 직접 영상화해 존재를 증명했다는 점에서 블랙홀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결과"라고 말했다. 또 "블랙홀이 주변의 물질을 어떤 방식으로 흡수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막대한 에너지를 분출시켜 블랙홀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과 은하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 밝혔다.

블랙홀은 강한 중력으로 주변 물질들을 흡수하는데 이 물질들은 블랙홀 중심부에 부착원반 구조를 이루고 있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이제까지 블랙홀 부착원반 존재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는 제시됐으나 부착원반의 구조를 분해해 영상화한 적은 없었다. 이번 관측으로 부착원반에서 나온 빛이 블랙홀 주변의 고리 구조를 만들어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M87과 같은 무거운 타원 은하의 블랙홀들이 주변의 물질들을 천천히 흡수한다는 기존의 예측도 증명했다.

■블랙홀 그림자와 제트도 함께 포착

국제공동연구진은 EHT 관측에서 사용한 빛 파장대(1.3㎜)보다 긴 3.5㎜의 파장대에서 블랙홀 주변의 고리 구조를 발견했다. 관측한 고리 구조의 크기는 EHT로 관측한 고리 구조에 비해 약 50% 크게 나타났다.
1.3㎜ 파장대에서 관측한 EHT 이미지에서는 블랙홀 주변의 광자 고리만 나타났지만 더 긴 파장대에서 관측한 GMVA+ALMA 이미지에서는 광자 고리 이외에 블랙홀보다 규모가 큰 바깥쪽 부착원반의 플라즈마에서 나온 빛이 함께 포착됐기 때문이다.

또 연구진은 최초로 M87 블랙홀의 그림자와 제트도 동시에 포착했다.
해당 결과는 블랙홀이 강한 중력으로 주변 물질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제트를 만들어 블랙홀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과 은하들의 진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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