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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미뤄진 日긴축시계… 우에다 체제, 당분간 돈풀기 이어간다[글로벌리포트]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30 18:45

수정 2023.04.30 18:45

우에다 BOJ 총재, 첫 금융정책결정회의
섣부른 긴축땐 부작용 우려
금리 1%p 상승할 때마다
국채 이자 3조6000억엔↑
BOJ 국채 매입 중단 땐
국가 신용등급 하락 불가피
다시 미뤄진 日긴축시계… 우에다 체제, 당분간 돈풀기 이어간다[글로벌리포트]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지난 4월 28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취임 후 첫 금융정책결정회의를 개최했다. 우에다 총재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대규모 금융완화 기조를 지속하기로 했다. 또 앞으로 1년 이상은 그 동안의 금융완화 정책의 효과와 부작용을 검토하고, 필요시 정책을 변경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은 기다림 값이 더 싸다"

4월 30일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BOJ는 4월 27~28일 이틀 동안 진행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마이너스(-)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폭을 기존과 같은 '0%에서 ±0.5% 정도'로 유지하기로 했다. 10년물 금리를 0.5% 이하로 묶어두기 위해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도 현행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이번 회의는 우에다 총재가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하는 회의여서 주목됐다.
시장에서는 YCC 정책을 포함한 통화정책 변화를 기대했으나 BOJ는 우에다 총재가 당초 예고했던대로 완화적 정책 기조를 지속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과거 금융완화 정책 효과 및 부작용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또한 정책 금리를 둘러싼 선제적 안내문구(포워드 가이던스) 변경을 논의하고, 일부 문구에 변화를 줬다.

우에다 총재는 회의 후 열린 회견에서 "향후 1년에서 1년 반 동안 장기적 관점에서 그동안의 금융완화 정책에 대한 검토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5년동안 물가안정 실현이 BOJ의 과제였다"며 "(앞으로는) 효과와 부작용을 되도록 폭 넓게 점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에다 총재는 중장기적인 정책 전환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과거 정책들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때때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정책을 변경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BOJ는 이날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초저금리 지속' 문구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문구를 삭제했다. 이는 향후 기존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에 대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우에다 총재는 확대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불확실한 요인이 많아 물가가 2%라고 안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고, 졸속한 긴축으로 물가 상승률 2%를 달성할 수 없게 될 위험성이 더 크다"면서 "기다리는 비용은 크지 않다. 좀 더 인내하고, 금융완화를 계속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돈풀기 정책 10년, 부작용은

우에다 총재는 대규모 금융완화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도 인정했다.

그는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현재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책의 효과와 부작용을 항상 주의 깊게 분석해 정보 발신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채권시장 기능 마비가 꼽힌다. BOJ는 지난 10년간 장기금리를 0.5%로 통제하기 위해 국채를 무제한 매입해왔다. 그 결과 BOJ의 일본 국채 보유액은 2013년 156조엔에서 올해(3월 기준) 582조엔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BOJ의 대규모 채권 매입과 금리 왜곡으로 기업과 금융 업체들의 회사채 발행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키 히로유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본부장은 "금융 시스템 불안이 진정되면 상반기 중 YCC가 폐기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장단기 금리조작을 하는 BOJ의 YCC 때문에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채권의 기본 원리가 작동하지 않자, 일본 기업들이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제때 조달하지 못하게 된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이밖에 영업이익으로 빚도 제대로 못 갚는 이른바 '좀비기업'의 양산과 초저금리(예적금 이자율 0%)에 따른 빈부격차의 확대 등이 구로다 하루히코 전임 총재 시절 10년간 고집한 대규모 금융완화의 부작용으로 거론된다.

■장고 들어간 우에다, 피벗 시점은

우에다 총재가 지난 10년의 통화정책과 관련해 1년 이상 '뜸'을 들이겠다고 한 것은 섣부른 출구전략에 따른 부작용 또한 만만찮기 때문이다.

금융 완화를 중단할 경우 정부 부채의 이자 비용이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른다.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정부 부채는 1026조엔 이상으로 금융완화 중단으로 금리가 1%p 상승할 때마다 국채 이자 비용은 3조6000억엔씩 증가한다.

지난 10년간 일본 정부의 부채는 252조엔이 불었음에도 BOJ가 국채의 절반 이상을 소화하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국가 신용등급은 9년째 'A+'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BOJ의 피벗(정책전환)으로 국채 매입을 중단하게 되면 국가 신용등급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국가 신용도가 하락하면 기업 자금조달 비용은 6%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BOJ의 다음 금융정책결정회의는 6월 15~16일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올해 정기국회가 끝나는 6월 21일 전후로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만큼 BOJ의 정책 수정도 그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BOJ는 '경제·물가 정세 전망'도 함께 발표했다.
2023년도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전년대비)가 이전 1.6%에서 1.8%로, 2024년 전망치는 1.8%에서 2%로 각각 상향 조정됐다.

k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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