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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착시' 끝나자 무너진 수출… 정부 총력전도 안먹힌다 [尹정부 1년 성과와 전망 (2)부진 늪에 빠진 수출]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01 19:03

수정 2023.05.01 19:03

4월 수출 1년전보다 14.2% 급감
7개월째 줄어 금융위기 이후 최장
대중 무역적자도 갈수록 불어나
범정부 수출 플러스 대응 나섰지만
전문가들 전망은 여전히 암울
수출품목·국가 다각화 발등의 불
'반도체 착시' 끝나자 무너진 수출… 정부 총력전도 안먹힌다 [尹정부 1년 성과와 전망 (2)부진 늪에 빠진 수출]
대한민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수출은 7개월 연속 감소하고, 무역적자도 14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범부처 수출 플러스' 대응체계를 구축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경기 부진이 지속하면서 반등의 계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품목의 수출 부진은 이미 시작됐지만 지난해까지 유지된 '반도체 호황'에 따른 착시효과에 빠져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외 주요품목의 수출경쟁력을 올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반도체·대중 적자로 무역수지 악화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4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496억2000만달러, 수입은 522억3000만달러를 기록해 26억2000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냈다.
수출은 전년동월(578억4000만달러)보다 14.2% 감소했다. 수출의 경우 전년동월 대비 증감률이 2022년 10월 -5.8%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4월까지 7개월 연속 적자세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12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이후 가장 긴 기간의 연속 수출감소 기록이기도 하다.

무역적자는 상황이 더욱 나쁘다. 우리나라의 월간 무역수지는 작년 3월 이후 14개월 연속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까지 29개월 연속으로 무역적자가 난 이후로 가장 긴 연속 무역적자다.

특히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 악화는 우리 경제를 가라앉히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013년 628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2억달러로 급감했고, 올 들어 3월까지 누적 79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는 지난해 6월부터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의 원인 중 하나로 고위기술 제조업 흑자 감소와 저위기술 제조업 적자 확대를 꼽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고위기술 제조업의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010년 264억달러에서 2020년 157억달러로 줄었다. 우리나라는 고위기술 제조업에서 중국보다는 경쟁력이 높지만, 중국의 기술력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관련 부문의 무역수지 흑자가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저위기술 제조업의 경우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010년 94억달러에서 2020년 122억달러로 증가했다.

■반도체 착시효과에 대비 미흡

반도체 호황에 따른 착시효과로 인해 나머지 주요 품목의 수출경쟁력 개선 노력을 게을리한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다른 산업의 수출경쟁력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은 12.6%였지만, 2017년 이후 반도체 수출 비중이 20%에 육박할 정도로 뛰었음에도 세계 수출시장에서 한국산 점유율은 2.7%로 낮아졌다.

특히 지난 2022년 기준 15대 주요 품목(반도체, 철강, 일반기계, 석유화학, 자동차, 석유제품, 선박, 디스플레이, 자동차부품, 무선통신기기, 섬유, 컴퓨터, 가전,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중에서 반도체, 선박, 자동차를 제외하면 전부 전년 대비 수출이 줄었다.

이 같은 위기감 속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범부처 수출총력 대응체계를 구축해 우리나라의 올해 총수출 목표액을 전년 대비 0.2%p 증가한 6850억달러(약 840조원) 이상 달성하겠다는 '수출 플러스' 비전을 제시했다.

다만 정부의 이 같은 목표와 달리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무역수지와 관련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기대했던 세계 경제의 회복이나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가 예상보다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 또 하반기로 가면 미국 경제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하며 단기적으로 무역수지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단기적 대책과 개선 기대보다는 수출이 줄어든 주요 품목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이 20%가량인데, 반도체 수출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당장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없는 데다 향후 글로벌 경기가 기대보다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수출 개선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수출 품목·국가 다각화 노력 절실

이에 따라 경제전문가들은 수출에서 반도체와 중국에 대한 편향성을 줄여나가는 장기적 대책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반도체에 대한 수출 편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출품목 다변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국내 기업들이 기술력과 연구개발 능력을 강화하고 국내 시장을 지원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지나치게 높은 중국시장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고 인도, 아세안 등 구매력을 갖춘 신흥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의 수출 중 중국 비중이 26.8%로 가장 높으며 특히 전체 중국 수출액 중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9%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서진교 전 대외경제연구원 무역통상실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를 빼면 대중국 무역역조가 일어난 지는 오래됐지만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착시에 취해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경쟁력 개선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미·중 갈등이 더 불거질 테니 중국 수출의존성을 줄이고 수출시장 개발을 해야 한다.
지역을 옮겨서 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사줄 수 잇는 구매력을 가진 인도, 아세안 등의 국가로 수출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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