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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왜 일본에 반도체 거점을 지을까?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15 14:13

수정 2023.05.15 14:13

닛케이 분석 "요소기술, 미중갈등, 삼성가 스토리"
삼성은 왜 일본에 반도체 거점을 지을까?

【도쿄=김경민 특파원】 삼성전자가 일본 요코하마에 약 3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개발 거점을 건설하기로 결정한 배경은 △뛰어난 요소기술 △미중 갈등 △삼성가와 일본의 밀접한 관계 등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5일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2019년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대 한국 수출 관리를 강화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대응 태세를 강화해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장비 분야의 국산화를 추진했다.

다만 일부 범용 소재의 대체는 진행됐지만 첨단 반도체에 필수적인 소재와 장비의 개발 및 양산에는 이르지 못했다. 삼성 등 한국 기업들은 일본산 소재·장비를 계속 사용했다.

지난해 삼성의 주요 공급업체 리스트에 기재된 103개 업체 중 일본 기업은 18개사로 한국(48개사)에 이어 두번째 규모다.
도쿄전자, 캐논, 무라타제작소 등 대기업뿐 아니라 정밀화학의 아데카, 반도체 기술의 뉴플레어테크놀로지, 전자기판의 메이코 등도 삼성과 거래 중이다.

닛케이는 "역시 고품질에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일본 공급업체는 필수"라며 "삼성이 일본 기업과 협력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반도체가 미중 대립의 경제 안보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반도체를 둘러싼 국제 정세의 변화도 한일 공조가 가속화하는 이유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삼성의 반도체 공장 확장을 장려하는 반면 중국 내 추가 투자를 제한했다. 인텔,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경쟁사와 기술 협력를 요구받고 있는 가운데 삼성 내부에서는 미국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 패권을 노리는 중국이나 최대 경쟁사인 TSMC를 보유한 대만과 협력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반도체 산업에서 일정한 입지를 가진 일본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득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아울러 닛케이는 삼성가와 일본의 밀접한 관계를 조명했다. 삼성은 1970년대 일본 삼양전기와 NEC가 반도체, TV, 브라운관 등의 기술협력을 담당하며 전자산업 진출을 추진했다.
이후에도 도시바, 소니 등과 제휴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1년 중 한 달 남짓 도쿄에 머물며 일본 재계 인사들과 토론을 하면서 사업 전략을 세웠다.
삼성가는 이병철 초대 회장, 이건희 회장, 이재용 회장 등 3대에 걸쳐 일본에서 유학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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