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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매각' 한달째 오리무중..3대 걸림돌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17 05:00

수정 2023.05.17 05:00

산은, 해진공 "매각 자문계약 내년 3월말까지"
매각 킥오프 한달째 유력후보들 "인수 뜻 없다"
걸림돌은 ①비싼 가격 ②영구채 ③업황 불확실
1조 어치 영구채 9월 도래..주식전환 여부 변수
'HMM, 현대LNG상선 인수' 이슈도 유불리 갈려
HMM이 운항하는 세계 최대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함부르크'호. HMM 제공
HMM이 운항하는 세계 최대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함부르크'호. HMM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의 새주인 찾기가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매각이 공식화된 지 한달이 지났으나 유력 인수 기업군들은 모두 "인수할 뜻이 없다"고 밝히면서 딜이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고 있다. 매각 가격이 고평가돼 원매자 확보가 어렵다는 게 시장 분위기다. 현재로선 흥행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다만 글로벌경기와 밀접한 해운업황은 급변하고 있어 최적의 매각 타이밍에는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단 오는 9월 도래하는 1조2000억원 규모의 HMM 영구채 처리 향방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등 대주주가 보유한 전환사채(CB) 등을 주식 전환 여부가 HMM의 매각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 조승환 장관 "HMM 민영화 생각 변함없어"

17일 업계에 따르면 HMM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지분 20.96%)과 한국해양진흥공사(19.96%)가 지난 4월 매각 자문사와 킥오프회의 이후 매각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매각(삼성증권)·법률(법무법인 광장)·회계(삼일회계법인) 자문사와의 자문 계약은 내년 3월까지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달초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HMM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타당한) 매각 전략과 조건을 도출해야 한다"고 했다. 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HMM 매각을 원칙으로 영구채 처리 방안을 포함해 용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각 자문계약은 내년 3월까지인데, 하반기에 매각 작업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와 같은 추세대로라면 HMM 매각이 연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공적자금 회수가 급한 산은과 달리 해수부는 HMM 매각에 신중한 입장이다.

■ HMM 매각 3대 변수는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HMM을 매각하는 측과 인수하려는 측에서 걸림돌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①비싼 가격 ②영구채 처리 ③업황 불확실성이다.

①비싼 가격=인수자 입장에선 HMM 몸값은 높다. 산은과 해양진흥공사 지분 인수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 5조원을 넘는다. 여기에 영구채 처리라는 변수가 있다. 그간 산은이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발행한 영구채인데, 두 기관인 보유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만 2조7000억원 규모다. 두 기관이 주식전환을 행사하면 보유 지분은 71.7%로 올라간다. 4조~5조원 정도의 HMM 매각 가격이 배로 올라간다는 얘기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뉴시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뉴시스


②영구채 처리=HMM은 9월 말 1조2000억원 규모의 영구채(CB, BW 6000억원씩) 상환이 도래한다. 앞서 지난 2021년 산은은 배임 논란을 의식, 공적자금 최대 회수를 명분으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HMM 보유지분도 크게 늘었다.

2년새 상황이 달라졌다. 정권이 바뀌었고 산은이 HMM 매각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2년전 산은의 선택(100% 주식전환)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HMM의 영구채 전액 현금 상환도 가능한데, 이는 지속가능 성장 측면에선 리스크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9월 도래하는 영구채 처리(주식전환비율)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 명분과 적정선의 인수가격 균형점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산은은 공적자금 회수 명분을 확보하고, 원매자에겐 적절한 인수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다.

③업황 불확실성=변동성이 큰 해운업황도 걸림돌이다. 지난해 해운업 대호황을 끝으로 다시 하향 추세다. 해운 운임 가격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 12일(983.41) 기준 1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HMM은 1·4분기 영업이익도 3069억원으로 90% 아래로 떨어졌다.

업황 하향 사이클과 실적 부진으로 조정 과정을 거칠테고, 매각가격에 거품이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자 입장에선 유리할 수 있다. 업황 불확실성이 큰 만큼, 매각을 더 늦추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가 추산 HMM의 올해 영업이익은 6000억원대에 그칠 전망이다. HMM은 지난 2021년, 2022년 물류대란 속 해상운임이 급등한 덕에 17조원에 가까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포스코, LX 등 유력기업들 인수 진심은

HMM 매각은 잠복 상태다. 현대자동차그룹(현대글로비스), 포스코그룹(포스코인터내셔널), HD현대중공업그룹, CJ대한통운 등이 주요 인수 후보군들이다. 최근 사세를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는 LX그룹, SM그룹도 인수 유력 후보다. 이들은 모두 "인수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매각 변수와 걸림돌이 해소되고 영구채 처리 등 조정을 거쳐 인수 조건이 개선된다면 인수 희망기업들이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HMM 인수로 시너지를 낼 만한 기업들은 매각 조건을 예의주시하며 물밑에서 손익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경배 HMM 대표. 뉴스1
김경배 HMM 대표. 뉴스1


매각을 보는 시각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산은이 20여년 끌어왔던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상반기에 마무리한 만큼 HMM도 하반기 중 매듭짓는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급할 게 없다'는 시각에서 유일한 원양 국적해운사이자 국가경제 기간산업으로 해운사 규모를 더 키운다는 견해다. 이와 관련 조 장관은 "매각 일정은 시장 상황, 매각 환경 등에 따라 아주 유동적"이라고 했다. 이는 사모펀드가 매각을 추진 중인 현대LNG해운 인수전에 HMM이 참여를 검토하는 것과도 연관돼 있다. 국가 에너지 밸류체인에서 중요한 LNG 운송선사의 해외매각에 반발하는 국내 정서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LNG상선은 8년 적자를 끝내고 지난해 120억원 규모의 흑자로 돌아섰으나, 재무적 측면에서 매력적인 매물은 아니다. 다만 컨테이너에 편중된 HMM의 사업 다각화 측면에선 긍정적이다. HMM이 2014년 LNG운송사업 매각 당시(현대상선) 맺은 경쟁업종금지 조항에 따라 2029년 말까지 묶여있는 LNG 운송사업에 바로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HMM의 현대LNG해운 인수 여부가 원매자 시각에선 선택의 유불리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
HMM은 현금성 자산이 14조원을 넘는다. 현대LNG해운의 매각 가격은 6000억~7000억원 정도다.
조 장관이 "HMM 매각에서 중요한 요소는 기업의 본질적인 성장 가능성"이라며 "매각 시점보다 성장동력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힌 대목이 주목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