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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우주발사체' 쏠 때, 우린 '경계경보 오발령' 쐈다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31 16:39

수정 2023.05.31 16:39

NSC 소집 대응 나서 "안보리 위반, 심각한 도발, 한미 공조 유지"
北, 중앙통신 '엔진 안전성 문제와 연료 불안정성' 실패원인 결함 보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30여분 뒤 행정안전부 '오발령' 정정
[파이낸셜뉴스]
우리 군이 오전 8시5분쯤 서해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 발사체'의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식별해 인양 중이라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우리 군이 오전 8시5분쯤 서해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 발사체'의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식별해 인양 중이라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이 호기롭게 정찰위성 발사를 사전 예고한 첫날 5월31일 오전 6시27분께 남한쪽을 향해 군사정찰위성(만리경-1호)을 탑재한 우주발사체(위성운반로켓)를 발사했다. 하지만 엔진고장 등으로 추진력을 상실해 서해상에 추락했다. 앞서 북한은 발사 예고기간을 5월31일 0시에서 6월11일0시로 설정한 뒤 이날 전격 발사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평안북도 동창리 발사장에서 발사체를 쏜 지 2시간30여분만에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관련기사 3·4면
지난 2012년 4월 '광명성 3호' 위성을 탑재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가 실패한 지 11년만에 또다시 무위로 돌아갔다.

합동참모본부도 "이 발사체는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통과했지만 비정상적 비행으로 전북 군산 인근 어청도 서쪽 200여㎞ 해상에 추락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북한은 발사 실패 원인 규명과 보완작업을 거쳐 가급적 빠른기간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임을 예고해 한반도 안보정세를 둘러싼 위기감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관련 현황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한편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 시도를 장거리탄도미사일로 규정하고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 북한의 2차 추가 발사 시험에 대비, 한미일간 북핵 공조시스템 구축과 정보 공유 등을 더욱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우리 정부는 일단 인근 해역에서 수거한 발사체 관련 잔해들을 정밀 분석해 전반적인 성능과 외국 부품 사용 여부, 기술 수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국제사회 비난도 거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30일(현지시간) "북한의 군사위성 발사를 강력 규탄한다"고 밝힌 데 이어 미국과 일본 정부도 즉각적인 도발 중단과 대화 복귀를 촉구하면서 엄중 항의했다. 이와관련, 한미일 3국 북핵수석대표는 이날 전화협의를 갖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북한의 발사체 도발로 이날 오전 한때 서울 전지역에 경계경보가 발령돼 일반 시민들은 극도의 혼란스런 공포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학생들은 예고없이 울린 사이렌 경보음에 등교여부를 확인하는 가 하면 시민들도 출근여부를 회사에 문의하는 등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서울시가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를 발령하고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이를 오발령으로 정정하는 등 정부차원의 재난안전시스템 작동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오발령 논란에 대해 "혼선을 빚어 송구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오발령은 아니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인천공항에서 출국절차를 밟다 경보발령 소식을 접한 일부 시민은 현지 가족들과 전화통화를 갖고 안부를 묻거나 걱정끝에 대피소를 찾기도 했다.

네이버 등 일부 포털은 물론 대피장소 검색이 가능한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안전디딤돌' 애플리케이션은 장시간 '먹통'되는 등 전반적인 재난안전시스템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돼 과거 민방위 훈련처럼 긴급 상황에 대비한 대국민 차원의 훈련체계가 재정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도발이 최근 북핵 공조를 더욱 강화시킨 한미일간 협업 체계를 와해시키고, 북한 자체의 미사일 발사 능력을 과시하는 한편 북미대화를 촉구하려는 다양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손대권 서강대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이번 발사는 북한의 군사현대화 계획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얼마 전 한국이 누리호 발사에 성공했다는 점을 의식해 북한이 2차 발사를 통해 이번 실패를 만회하고자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합동참모본부는 31일 우리 군이 오전 8시5분쯤 서해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 발사체'의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식별해 인양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 해군함이 나가 있는 곳은 북한이 이날 쏜 발사체가 비정상 비행 후 추락한 공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청도는 전북 군산항에서 서쪽으로 약 66㎞ 거리에 위치한 섬이다.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합동참모본부는 31일 우리 군이 오전 8시5분쯤 서해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 발사체'의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식별해 인양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 해군함이 나가 있는 곳은 북한이 이날 쏜 발사체가 비정상 비행 후 추락한 공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청도는 전북 군산항에서 서쪽으로 약 66㎞ 거리에 위치한 섬이다.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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