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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 피할 여야 합의안' 美 하원 통과… 상원만 남았다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01 18:11

수정 2023.06.01 18:11

美 부채 한도 적용 일시중단 골자
공화당,정부 예산 삭감 이끌어내
매카시·바이든 모두 정치적 윈윈
일부 여야 강경파 상원 설득 관건
유권자 의식해 법안 통과 가능성
미국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캘리포니아주)이 5월 3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재무책임법' 표결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캘리포니아주)이 5월 3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재무책임법' 표결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하원이 다음달 미 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약 닷새 앞두고 부채 한도 적용을 일시 중단하는 여야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디폴트를 막게 됐다며 상원 의결을 재촉했으나 일부 강경파들이 법안 처리를 방해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디폴트 직전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 여야 지도부의 '정치적 승리'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미 하원은 5월 31일(이하 현지시간) 본 회의를 열고 공화당에서 발의한 '재무책임법' 법안을 표결에 부쳤다. 과반 의석이 218석인 미 하원은 투표 결과 찬성 314표, 반대 117표로 법안을 가결했다.
하원 222석을 가진 공화당에서는 149명이 찬성했고 71명이 반대표를 냈다. 2명은 기권했다. 민주당의 경우 213명의 하원 의원 가운데 165명이 찬성했다. 46명이 반대표를 던졌고 2명이 기권했다.

여야가 5월 28일 합의한 재무책임법에는 미 연방 정부 부채에 대한 한도 적용을 새 정부가 들어서는 2025년 1월까지 유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 의회는 지난 1939년부터 연방 정부가 국채 등으로 빚을 질 수 있는 금액에 상한을 설정했다. 현재 정부의 부채 한도는 2021년 12월 증액된 31조3810억달러(약 4경1448조원)다.

미 정부는 의회가 정부의 부채 한도를 확장하지 않는 최악의 경우 디폴트에 빠질 수 있으며 이미 지난 1월에 부채 규모가 한도에 달했다. 비상조치로 디폴트를 미루고 있는 미 재무부는 6월 5일 이후 정부가 디폴트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화당은 부채 한도를 잠시 멈추는 대신 바이든 정부의 2024년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의 비(非)국방 분야 지출을 2023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2025년 회계연도에는 최대 1% 증액한다는 항목을 집어넣었다. 법안에는 같은 연도 국방 지출을 약 3% 늘리고 복지프로그램 수급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WSJ는 이번 합의안을 주도한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캘리포니아주)과 바이든 모두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올해 15번의 재투표를 거쳐 겨우 하원의장에 선출된 매카시는 정부 예산을 사실상 깎아내며 당 내 입지를 굳혔다. 바이든 역시 수십억달러의 국세청 예산을 빼앗겼지만 의료복지나 친환경 예산 등 정치 공약과 밀접한 예산은 지켜낼 수 있었다.

■ 디폴트 직전까지 난항 예상

재무책임법이 발효되려면 상원 표결과 바이든의 서명을 거쳐야 한다. 미 상원은 여당인 민주당(51석)이 공화당(49석)에 우위인 만큼 바이든과 여당이 합심한다면 통과 자체는 어렵지 않다.

바이든은 하원 표결 직후 성명을 내고 "신뢰를 갖고 협상에 나선 매카시와 협상팀, 리더십을 보여준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법안 서명을 하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상원은 가능한 빨리 법안을 통과시켜주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뉴욕주)도 같은날 기자회견에서 "일단 법안이 상원에 도착하면, 법안을 통과시켜 대통령 책상으로 보내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겠다. 끔찍하고 파괴적인 디폴트 위기를 모면하겠다"고 밝혔다.

상원의 공화당 의원 가운데 2인자로 불리는 존 툰 의원(사우스다코다주)은 하원 표결 당일 인터뷰에서 "6월 2일 밤까지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지 매체들은 늦어도 3~4일 사이에는 상원 표결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여야 강경파들은 이번 합의에 부정적이다.

앞서 공화당의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주)과 같은당 마이크 리 상원의원(유타주)은 법안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상원 표결을 단축하는 절차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이들이 표결 단축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상원 표결 자체가 디폴트 기한을 넘긴 6월 6일까지 미뤄질 수 있다.
민주당에서도 바이든이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비난이 쏟아졌으며 하원 표결 가운데 약 4분의 1이 반대했다.

다만 WSJ는 디폴트 사태가 발생할 경우 연금 및 지원금 등 유권자에게 가는 정부 지출이 막힌다고 경고했다.
신문은 일부 의원들은 디폴트 사태로 유권자들의 원망을 사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며 법안에 동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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